강서구 집에서 현재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선 나와 남집사 모두 직장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가까워진 만큼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 빨라졌고 그로 인해 퇴근 후 망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약 30~40분 정도가 더 늘어나기도 했다. 또 집이 2배 이상 넓어져 망고의 활동 범위가 크게 늘어나게 됐는데,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망고는 몹시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워낙 활발했던 망고는 이리저리 우다다 뛰어다니며 놀기 바쁜 타입인데, 이전 집에서는 뛰어놀다가도 좁은 집 때문에 급정거를 해 벽이나 문에 자주 부딪혀서 나와 남집사의 걱정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집은 뛸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 급정거를 할 일도 없거니와 벽이나 문에 부딪히지 않아 다칠 위험이 크게 줄었고, 이는 망고뿐만 아니라 망고가 다칠까 매 순간 걱정스러워했던 나와 남집사에게도 몹시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사를 하고 나서 집사의 삶에 변화가 있다면 아무래도 '놀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전에는 사냥놀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했던 망고였는데, 사냥놀이가 질려버린 건지 아니면 집이 넓어져서 다른 놀이를 더 하고 싶은 건지 모를 정도로 최근에는 사냥놀이에 심드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망고의 놀이반응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의도치 않게 우연히 숨바꼭질을 하게 됐는데, 망고의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었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 집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나를 찾기 시작하던 망고는 나를 찾고 나면 내 주변을 빙빙 돌다가 마치 자기를 잡아보라는 듯 쌩 하고 뛰어나가기 일쑤였다. 그런 망고의 모습에 '잡아주길 원하는 건가?' 싶어 '망고 잡으러 간다!' 하고 한 번 쫓아가보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를 또 바짝 세우고 도망 다니다가 내가 숨어있던 장소로 가서 앉아있는 망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날을 계기로 나와 망고는 매일 잡기 놀이를 하게 되었다.
망고와 함께하는 잡기 놀이의 룰은 간단했다. 망고가 아일랜드 식탁 뒤에서 '먀앙' 하고 울면 그때부터 잡기 놀이가 시작된다. 망고의 울음소리에 내가 식탁 뒤로 다가가면 망고는 꼬리를 세우고 내 주변을 맴돌다 휙 뛰어가는데, 그때 망고의 뒤를 따라가면서 망고를 잡으면 된다. 망고는 내게 잡히면 배를 보여주며 바닥에 눕는데, 그때는 내가 잽싸게 뛰어가 집 안 어딘가에 숨어있으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룰이었다. 한 번 잡기 놀이를 할 때 이 과정을 3~4번 반복해 주고 잠시 쉬었다가 망고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다시 해주는 식으로 하루에 총 3번 정도 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생각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숨는 과정에서 부쩍 힘이 들기도 하지만, 까만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뛰어다니는 망고를 보면 힘이 들다가도 다시 힘을 내서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 정말 우연히 얻어걸리게 된 이 잡기 놀이가 맘에 들었는지 매일 잡기 놀이를 하자며 '먀앙!' 하고 우는 망고가 몹시 귀엽기도 하다. 울지 않던 고양이에서 수다쟁이가 된 망고는 요즘 잡기 놀이 외에도 밥을 빨리 먹고 싶을 때에도 '먀앙!' 하고 크게 울곤 한다. 동글동글한 얼굴과 아기 같은 그 목소리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한 때는 내심 잘 우는 수다쟁이 고양이가 부럽기도 했는데, 요즘 망고의 모습을 보면 열 수다냥이 부럽지 않을 수준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무언가를 요구할 때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내며 요구하는 망고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이사를 한 후로 우리 가족은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평화로워진 느낌이다. 물론 이사를 준비하면서 온갖 마음고생과 속상한 일이 많기도 했지만, 막상 그 모든 풍파를 겪고 현재까지 달려와보니 이 순간을 누리기 위해 그간의 고생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사 후 더 활발해지고 밝아진 망고의 모습에 나와 남집사는 웃음이 더 많아졌고, 그만큼 행복감은 배가 되고 더욱 충만해졌다. 우리들의 하루는 오늘도 말간 웃음으로 마무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