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망고를 반려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이사를 준비하게 되었고 23년 6월 말쯔음에 무사히 이사를 마치게 되었다. 이사를 한 데에는 물론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망고의 행동학적 문제'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집 이전에 우리는 강서구에 살았었는데, 강서구 집에서 살 당시 망고가 인덕션 위에 올라가 발바닥에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그 후로 2차례 정도 소스라치게 놀라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불안함과 화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겹쳐 행동학적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인근 고양이 전문병원에서 행동학진료를 받게 되었다. 행동학진료를 진행하고 항불안제를 복용하면서 망고는 다행히도 많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행동학진료와 항불안제 복용을 병행하면서 망고는 거의 완치에 가까워졌고 그 무렵 우리 가족은 강서구를 떠나게 되었다. 반려묘와 하는 첫 이사라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도 걱정이 사라지질 않았었는데, 행동학 상담을 받을 당시 주치의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망고는 집이라는 공간에 불안함을 느끼는 거라 이사를 가게 되면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수도 있어요'라는 말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망고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처럼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보통 이사 후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고들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망고는 이사 온 당일에 바로 적응해 원래부터 이 집에 살던 터줏대감처럼 온 집안을 쏘다니며 뛰어놀기 바빴다. 밥도 거르지 않았고 화장실도 정상적으로 잘 갔으며 사냥놀이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런 망고의 모습을 보며 너무 다행이다 싶다가도 대체 저 적응력은 뭐란 말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실 망고의 불안 증세가 나아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큰 안도감이 들었다. 자신의 행동학적 문제가 언제 있었냐는 듯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며 올려다보는 망고를 보며 헛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망고의 행동학적 문제는 완벽하게 개선되었다. 망고는 내가 알던 활발하고 장난기와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 씩씩하고 용감한 고양이로 다시 돌아와 주었고 나와 남집사는 감격에 차올랐다.
사실 이번 이사를 준비하면서 속상한 일도 많았고 신경 쓴 일도 많아 다소 예민해져있기도 했지만, 이전 공간보다 훨씬 더 넓어진 공간에서 우다다 뛰어놀며 좋아하는 망고를 보니 그동안의 마음고생으로 묵혀있던 모든 화가 단번에 쑥 내려가는 듯했다. 망고는 활동량이 어마어마한 아이라 늘 뛰어다니다 자신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벽에 부딪히거나 날아가 문에 부딪히기도 했는데, 집이 넓어지니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더 이상 속도조절에 실패해 날아가 부딪히는 일이 없으니 망고도 더 신이 나는 듯했다. 물론 망고의 관절 보호와 층간소음 보호를 위해 반려동물용 매트를 깔아 두는 것은 필수였다.
여전히 집을 정리하는 중이고 또 꾸미는 단계이지만 벌써부터 이 집에서 망고와 함께 보낼 하루하루가 벅차고 또 설레고 기대되는 요즘이다. 오늘은 망고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망고는 이 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우리는 이 공간에서도 늘 행복할 거라는 것, 늘 사랑이 넘치는 하루만 보낼 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