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글씨 Mar 18. 2023

너의 눈으로 보는 세계



 

 가끔 동그란 망고의 눈을 보고 있으면 저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떨지 궁금해지곤 한다. 사람과 고양이는 같은 것을 보더라도 보는 시야가 아주 다르다고 하던데, 망고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늘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망고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곤 한다.


 나의 출근 준비가 끝나는 시간은 늘 매일 아침 7시인데, 망고는 어김없이 그 시간이 되면 캣타워 위에 올라가 이중창이 열리길 기다린다. 이중창이 열리면 투명한 창만 남아 밖을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망고의 호박색 눈동자에는 세상 만물이 매일 신기하고 또 새롭게 담긴다. 출근하기 위해 바쁘게 발을 옮기는 사람들, 열심히 굴러가는 많은 자동차들, 그리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과 난간에 앉아 잠깐 숨을 고르는 새들까지. 특별할 것 없는 같은 장면이지만 망고는 별 것 없는 그 광경을 매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창 밖의 영역을 매일 같은 시간에 순찰하곤 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더 지난 후에는 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 몰려오는 아이들을 하나둘씩 바라보기도 하고, 또 새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쳐다보기도 한다. 또 가끔은 산책 나온 강아지들을 보며 동공이 커지기도 하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고개를 돌려 누구보다 재빠르게 그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를 매섭게 지켜보기도 한다.


 나에게는 보잘것없는 그 장면이, 나에게는 특별치 않은 그 장면이 망고에게는 특별한 하루의 일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 건 고양이에게도 자신들만의 하루 계획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된 후부터였다. 내겐 그저 그런 장면과 무의미하게 흘러갔던 그 시간이 망고에겐 하루의 계획을 실천하는 첫 출발선이었던 거고, 작고 동그란 머리로 최선을 다해 짜낸 시간표 일과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후로 한 번씩 망고와 함께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곤 한다. 망고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여전히 나와 망고의 눈높이가 다르고 또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 서로 다른 세상을 마주하지만 내 세계가 이전보단 좀 더 풍요로워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마 난 죽을 때까지 망고가 보는 세상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보는 세계를 망고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망고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란 확신이 강하게 드는 요즘을 살고 있다. 아주 행복한 확신이다.



작고 동그란 머리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두 눈
이전 10화 망고가 자꾸 우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