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밝힌 것과 같이 망고는 평소에 잘 울지 않는 고양이였다. 아니, 거의 울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초기 집사 시절의 나는 고양이가 원래 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고 알았을 정도로 망고는 울지 않는 고양이였다. 물론 그 오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풀렸지만 말이다. 아무튼 망고는 과묵한 고양이였다. 가끔 원하는 것이 있거나 양치를 하기 싫을 때 짧게 ‘우웅’ 하는 것 정도로만 작게 우는 그런 고양이였다. 그랬던 망고가 퇴원 후로 새벽에 자꾸 야옹야옹 울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잠에 빠져있을 때, 어디선가 희미하게 야옹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또 한 번 선명하게 야옹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눈이 번쩍 떠진 나는 곧바로 침대 아래로 내려가 망고를 살폈다. 다행히 아파하거나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진 않았던 망고지만 어째서인지 야옹 소리를 멈추지 않아 안방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와 다시 한번 망고를 살폈다. 골골송을 부르며 꼬리를 바짝 세워 한껏 애교를 부리는 망고를 보니 ‘다행히 아픈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 시기의 망고는 퇴원 직후라 밥을 제대로 먹지 않던 시기였기 때문에 '설마 배가 고픈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간도 채 확인하지 못한 캄캄한 꼭두새벽, 나는 어쩌면 배가 고플지도 모를 망고를 위해 밥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처방 사료와 평소 망고가 제일 좋아하던 캔을 섞어 식기 위에 놓아준 후, 빨려가듯 침대 위로 다시 올라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다시 방으로 따라온 망고는 또 야옹 하며 울기 시작했다. 망고의 울음소리에 다시 거실로 나온 나는 한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면 대체 왜 우는 걸까. 설마 놀아달라는 걸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바로 그때였다.
바스락
망고의 발에 밟히는 화장실 모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변 냄새가 순식간에 거실을 집어삼켰다. 넥카라로 인해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던 망고는 화장실 모래를 대충 덮고 나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토록 애타게 울며 나를 찾았던 이유를 말이다. 망고는 자신의 설사를 치워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새벽부터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망고의 엉덩이부터 닦아준 후 화장실을 깨끗이 치우고 다시 침대 위로 기어들어갔다. 이번에도 울까 싶어 지켜보았지만 망고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망고는 내가 화장실을 치운 후부터는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