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를 입원시키고 잠깐의 면회를 마친 나는 1차로 병원비를 계산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근처 정류장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다.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그 거리가 어찌나 길고 멀게만 느껴지던지, 망고만 두고 가는 어지러운 마음이 내 무거운 발걸음 속에도 담겨있는 듯했다. 아이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공허하고 또 허망했다. 별 일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결국 또다시 아이를 입원시키게 된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내가 좀 더 좋은 케어를 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무수히 많은 가정과 자책 속에서 그날 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자식이 잘못되면 그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한다. 당장 우리 엄마만 해도 그랬다. 내가 다쳐도, 내가 아파도, 혹은 내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도 엄마는 다 자신의 탓이라며 속상해했다. 정작 엄마 탓은 단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렸을 때의 난 엄마의 그런 자책 어린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부주의로 다친 건데, 내가 병원에 제때 가지 않아 더 아프게 된 건데, 순전히 내가 운이 없어서 그런 일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건데. 왜 엄마는 늘 그 모든 것을 다 당신의 탓으로 돌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다름 아닌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서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이키, 아디, 다스, 꼬끄, 감자를 키울 때도 그랬고 망고를 키우는 지금도 그렇다. 이 아이들이 어딘가 아프거나 다치면, 또 잘못되면 그 모든 게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다 엄마 탓이야.’하던 엄마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번 입원은 월요일에 이루어져서 무척 난감했다. 아침저녁으로 아이의 밥을 먹이기 위해 면회를 진행해야 했는데, 나도 남집사도 3일 동안 휴가를 낼 수 없었을뿐더러 아침을 먹이고 출근하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침밥은 병원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렸고, 나와 남집사는 퇴근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가 망고의 저녁을 챙기기로 했다. 혹시라도 아침에 가지 않아 자기가 버림받았다고 느낄까 봐 하루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망고가 잘 있는지, 밥은 먹었는지 등 온갖 걱정에 사로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나의 이런 걱정스러운 마음을 병원 선생님들께서 눈치라도 채신 건지 오전 시간에 한 번씩 망고의 사진을 보내주며 망고의 짧은 근황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그 짧은 근황과 사진이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일을 하다가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퇴근 후, 면회를 통해 마주한 망고는 울상 그 자체였다.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고 넥카라로 인해 그루밍을 하지 못한 탓인지 눈 주변에는 눈물자국이 남아 굳어있기도 했다. 여전히 카테터를 꽂고 오른쪽 앞다리에는 링거를 꽂은 채 불편한 자세로 있는 망고를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웃으며 망고를 달랬다. ‘우리 아기 밥은 잘 먹고 있었어? 엄마가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그 말에 하소연이라도 하듯 얼굴을 비비다가 뒷모습을 보여주던 망고의 모습에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삐친 듯한 망고를 달래며 겨우겨우 밥을 조금 먹이고 어느덧 집에 갈 시간이 되어 갈 채비를 하는데, 또 동그란 눈으로 우릴 바라보는 망고를 보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저 큰 눈망울이 자기도 집에 데려가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애써 울음을 삼키고 ‘엄마 내일도 올게. 우리 아기 코코낸내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있어. 내일 저녁에 또 만나.’라고 말해주었다.
남집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혼자 돌아가던 월요일보단 좀 더 든든한 느낌이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걱정과 아픔을 덜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우리는 그날 집까지 걸어가며 망고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얘기의 끝은 늘 ‘더 좋은 엄마 아빠가 되어주자.‘였다. 여전히 부족한 집사들이라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망고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우리였기에 망고가 퇴원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어제보다 오늘 좀 더 나은 집사가 되어있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