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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글씨 Feb 26. 2023

퇴원 후 망고가 밥을 먹지 않았던 이유




  눈물의 3박 4일이 지나고 망고가 드디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퇴원을 했다는 기쁨도 잠시, 퇴원 이후부터 밥을 제대로 먹지 않거나 설사를 하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방광염 약에 있는 항생제 때문에 설사를 해 추가로 약을 더 받아오기도 했는데, 문제는 망고가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다 탈수가 오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조마조마해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정도였다.


 고양이는 공복이 지속될 경우 지방간이 생긴다고 한다. 게다가 망고는 밥은 제대로 먹지 않는데 계속 설사를 했기 때문에 걱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여야 했고 또 지방간이 오는 것을 막아야만 했기에 어떻게든 밥을 먹여야 했다. 강급은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생각한 방법은 캔과 사료를 갈아 손으로 직접 떠먹여 주는 방법이었다. 다행히 이 방법으로 망고는 아주 조금씩 밥을 먹어주었다. 또 이 기간 동안 망고는 제대로 먹지 않아 4.5kg에서 4.2kg까지 빠지기도 했다. 살이 빠져 가벼워진 망고와 밥도 물도 제대로 먹지 않는 망고를 보며 허탈함과 속상함, 답답함을 느끼던 그때 망고가 밥을 먹지 않았던 의외의 이유를 알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특발성 방광염 진단을 받은 후로 망고는 줄곧 처방 사료인 힐스 C/D 사료를 먹고 있었는데, 문제는 망고가 금방 질려한다는 점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다른 브랜드의 유리너리 사료를 급하게 구입해 먹였는데 갑자기 사료를 까드득 까드득 씹어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모습을 본 나와 남집사는 허탈함과 허무함에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다시 다음 날부터 밥을 잘 먹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주치의 선생님께 연락하여 여쭤보니 ‘우선은 아이가 밥을 먹는 게 더 중요하니까 방광염 약은 일단 중단해 주시고 장염 약만 먹여주세요. 최대한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줄여주시고, 또 간혹 가다 약 먹는 게 싫어서 밥을 안 먹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거든요.’ 라며 방광염 약 복용 중단을 권유해 주셨다. 약을 중단해 보고 아이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 또 설사가 잡히는지 안 잡히는지를 지켜보자며 망고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급여해 줄 것을 권했다. 주치의 선생님의 조언을 바탕으로 방광염 약 복용을 중단하고 망고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밥을 급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망고는 여전히 입에도 대지 않았다. ‘망고야, 밥 좀 먹어. 우리 망고 약 안 먹을 거야.’ 하며 달래 보았지만 망고는 동그란 눈만 끔뻑거릴 뿐이었다. 일요일 밤, 울며 겨자 먹기로 식기 2개를 동원해 망고의 밥을 세팅해 두었다. 1번 밥그릇에는 사료를 담아두었고 2번 밥그릇에는 물을 섞은 습식캔을 두었다. 새벽동안 망고가 다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안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애써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남집사가 급하게 나를 깨우며 요란스럽게 말했다. ‘망고가 밥을 다 먹었어! 그것도 아주 싹싹 다 비웠어!‘ 하고 말이다. 그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켜 눈도 다 뜨지 못 한 채 거실로 나가 망고의 밥그릇을 확인했다. 남집사의 말대로 망고는 내가 준비해 두었던 밥을 모두 싹싹 비워냈다.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대로 망고는 단순히 ‘약이 먹기 싫어서’ 밥을 먹지 않았던 거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겪은 나는 그간의 마음고생에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퇴원 후, 해탈한 표정의 망고
간식이 먹고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 보는 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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