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화장실을 치워달라는 요구 이후로 망고는 한 번씩 푸르스름한 새벽녘에 울음소리를 내며 나와 남집사를 깨우곤 했다. 3월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새벽, 갑자기 어디선가 우우웅 하는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잠결에 들은 건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분간조차 가지 않을 만큼 푹 잠들었던 나는 잘못 들었겠거니 하고 다시 잠에 들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더 또렷하게 우앙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몸부터 일으켜 침대 아래를 내려다보니 망고가 침대 위를 올려다보며 울고 있었다. 이 때는 설사도 멈춰 정상 변으로 잡히고 소변도 정상적으로 보던 시점이라 왜 우는지 몰라 우선 망고를 데리고 함께 거실로 나갔다.
물그릇과 밥그릇, 화장실까지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어 왜 이러나 싶던 그때, 냉장고 앞에 엎드려 밑 공간에 손을 뻗어 뭔가를 잡으려 하는 망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하는 마음에 밑을 살펴보니 망고가 좋아하는 바스락 볼 2개가 밑에 들어가 있었다. 아마 새벽에 혼자 놀다가 냉장고 밑으로 들어간 듯싶었다. 손을 뻗어 아래에 들어간 바스락 볼을 꺼내 거실 가운데로 던져주니 신나게 뛰어가는 망고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수납장 앞에 누워 아래 틈 사이로 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이번엔 뭔가 싶어 보니 얼마 전에 망고가 열심히 가지고 놀던 마따따비 볼이었다. 그것마저도 꺼내주니 망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스락 볼과 마따따비 볼을 굴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리고 그 후 망고는 울지 않고 혼자 놀다 지쳐 화장대 밑에서 단잠에 빠져들었다.
평소에는 잘 울지 않아 늘 망고의 울음소리가 궁금하고 듣고 싶었었는데, 근래에는 여러 이유들로 망고가 조금씩 울음소리를 내고 있어 가슴속에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피어나는 느낌이 든다. 마치 우아웅 하는 울음소리가 엄마를 찾는 것만 같아서,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아서 더 몽글한 느낌이었다. 작고 가냘픈 목소리로 우는 망고가 귀엽다가도 '좀 더 자신 있게 울어도 되는데' 하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아예 울지 않던 망고가 조금씩 목소리를 내주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해주는 것들을 받고만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게 알려주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아니면 입원하는 기간 동안 옆 입원장에 있던 아이들에게 우는 법을 배워오기라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유와 계기가 어찌 됐든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저 앞으로도 망고가 종종 나를 불러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