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글씨 Aug 15. 2023

나의 책임감을 매일 새로이 심어주는 너



 최근 각종 매체들을 통해 우리들은 주인에게 버려진 동물에 대한 삶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버려진 유기동물에 대한 소식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기되는 동물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 씁쓸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고양이 1마리를 반려하고 있는 집사의 입장에서 유기동물에 대한 소식을 볼 때면 늘 가슴이 저릿해지곤 한다. 길에 버려져 지저분한 매연과 담배 연기, 흙탕물 등을 뒤집어쓰고 꼬질꼬질해져 이리저리 뒤엉켜버린 털과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내가 버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너도 누군가의 반려동물이던 때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나도 모르게 내 곁에 있는 망고를 바라보게 된다. 망고 역시 한 번 버려진 경험이 있었던 아이였기에, 이렇게 더 감정이입이 쉽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점이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가벼운 마음으로 반려 생활을 시작했다는 점'과 '일말의 책임감조차 없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한 생명을 반려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망고를 반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매일매일 깨닫고 있으니 말이다. 생명을 유기하는 일에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은 그 어떤 이유도, 핑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아마 평생 모를지도 모른다. 일말의 양심이라는 것이 남아있다면 자신의 한 행동에 대해 평생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갈 것이고, 일말의 양심조차 남아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며 죄를 짓는 삶을 살지 않을까.


 어디선가 버려진 동물들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버려진 아이들의 눈을 보며 알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예쁜 두 눈에 담겨있는 커다란 슬픔을 우리들은 분명 느낄 수 있다. 앞서 밝혔다시피 망고 역시 버려진 경험이 있는 유기묘였다. 망고도 버려진 아픔이 있는 아이이기에 유기동물에 대한 이슈에 대해 난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망고를 반려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유기동물에 대한 이슈에 관심이 부쩍 늘게 되었고,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번 같은 이슈를 접할 때마다 무겁고 참담한 기분을 맛보게 되었다. 정작 버리지 않은 사람들은 유기된 아이들을 보며 '미안함'과 '측은지심'이 드는데, 그 아이들을 버린 당사자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하루아침에 길가에 내몰리고 버려져 매일매일이 고단한 저 아이들은 여전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나에게 망고는 가족 그 이상의 존재이다. 매일 모든 순간이 기쁨일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날 바라봐주는 이 아이를 버린다는 생각은 결코 든 적이 없었다. 입양을 하게 될 아이가 피부병이 있다는 것도, 피부병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곳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도, 피부병이 생각보다 오래가서 긴 시간 동안 고생을 하던 그 시간들 속에서도, 갑작스러운 방광염으로 인해 수백만 원이 들어가던 그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이 아이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피부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어떤 피부병인지를 검색하며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자주 가야 하는 병원이면 집에서 가까운 곳이 더 좋을지 조금 멀더라도 진료를 잘 봐주는 곳이 나을지를 고민했고 피부병이 길어졌을 때는 매일 온 집안을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고 약욕을 시켜주는 나보다 매일 붙잡혀 약을 먹고, 약을 바르고 또 목욕을 당하는 동안에도 온몸이 간지러울 아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가 먼저였다. 갑작스러운 방광염으로 인해 카테터 시술과 입원, 초음파 검사 등으로 수백만 원이 들어갈 때는 이러한 응급 상황이 훗날 또 생길 수도 있으니 비상금 금액을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과 먼저 알아차려주지 못하고 더 관리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먼저였다. 그 어떤 순간 속에서도 나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함께 걸어간 아이를 버리겠다는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하고 있는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당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모든 반려동물은 매일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다. 나 역시 망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조금씩 쌓여갈수록 그 책임감이 점점 쌓이게 된다. 매 순간 새로이 책임감을 심어주는 네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생명의 무게감과 그 생명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달아간다. 다 네가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영향이었다.




오늘 오전, 새로 깔아준 러그 위에 편하게 누워있는 망고
자신의 사진을 찍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망고


이전 12화 이사와 함께 새로운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