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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Jan 12. 2023

내가 알던 그 영재는 결국 의사가 되었다

1998 영재들의 현실



1998 한과영, 당시 부산 과학고에는 공부는 잘하지만 내신을 노리고 일부러 안 간 아이들도 많았다. 근자감이 하늘을 치솟던 나는 거기서도 잘하면 되지 무슨 상관? 하면서 원서를 넣었고, 덜컥 합격하였다. 그리고 졸업 후 삼 년간 내신은 내 발목을 잡았다.




'대학 입시로만' 당해의 성과가 점수로 매겨진다면 그 해 입학생은 단연 최악이었다. 두 해 위 졸업생은 역대급 성적을 자랑하며, 지역 신문 기사에도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기수는 인원이 너무 많았고, 어른들의 관점에서 실패한 기수였으며, 관리가 부실하였다. 졸업생 89명, 수료생 (카이스트 조기입학) 39명으로 50명가량이 어떤 형식으로든 (전학 또는 자퇴) 학교를 떠난 셈이다. 입시 결과만 봤을 때, 서울대 연고대 포항공대 등 다양했고 간호대에 간 친구도 있었고 지방국립대뿐 아니라 재수 삼수를 결정하는 아이들도 많았으니 그해 우리들에게 좋은 꼬리표가 따라다닐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들은 한때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던 아이들이었다.


입시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특정 분야에 특출한 아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분명, 영재성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수학만 특별히 잘하거나, 물리를 특별히 잘하거나, 지구과학에 특출 나거나, 분명 한 분야에만 영재성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수능이라는 체제나 입시 환경 속에서 불리한 부분이 분명, 작용했던 것 같다.


특정 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아이들의 다수는,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한 분야에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수용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은, 다른 분야 역시 어느 정도 수준급 결과를 보여주었다. 해서, 그들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 입학을 하였다. 수시로 입학하는 경우도 있었고, 수능까지 잘 쳐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수학과, 전자공학과, 물리학과 등의 이공계로 입학했던 그들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했던 것 같다. 그래, 그들은 충분히 그럴 만 해. 뭘 해도 잘 풀릴 거야.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런 영재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의당 그것이 당연하고 또 잘 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이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가 뛰어넘을 수 없던 그들의 영재성은, 영재성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은 분야에서 사그라들게 될 것이다. 영재성이 밥벌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영재들은 현실과 타협했다. 나는 그런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훌륭한 많은 선배들이 카이스트를 졸업 후 의학 전문 대학원의 길로 들어섰다는 소식이 들렸다. 의사나 치과 의사는 그렇게 영재성이 필요한 직업은 아니다. 영재성과는 다소 다른 덕목, 예를 들면 근면 성실과 노력, 거기에 '적당한' 지능이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났던 그들이, 나보다 늦게, 결국에는 나와 유사한 세계에 들어오는 것이 이상했다. 영재들은 그들의 특기를 살리지 못하고,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은 괴상하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검색해 본다. 나무위키에 관련 인물이 세 사람이 나온다. 한 사람은, 부산과학고가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고 나서 첫 해 수석 졸업자라는데,  프린스턴 대학에 수시 특차로 입학하였으나 결국 2014년 결국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내가 전혀 모르는 후배다. 아니, 그가 나를 선배로 인정해 줄지도 사실 의문이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로 필독 도서에 선정되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나 본데, 종국에는 의사가 되었다 한다. 의학 발전에 한 획을 그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여 그저 3분 진료 중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드는 건, 씁쓸한 현실이다.






아, 나는 로맨스를 쓰고 싶었다.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를 내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 해 3월 21일,

<굿윌 헌팅>이 개봉했다.

나는 그 영화를 누구와 보았던 것일까?

-It's not your fault!

명대사를 남겼던 그 영화를, 도대체 누구랑 봤지?



1998.3.21 개봉한 굿윌헌팅



https://youtu.be/usExM_YBsiU

Elliott Smith - Miss Misery, (Good Will Hunting OST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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