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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r 26. 2022

놀이학교 & 영어유치원이 족보래

글을 쓰게 된 계기



드디어 영어 유치원 이야기다.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아 체능단, 놀이학교 중에 하나를 거쳤다면 5세나 6세가 되는 시점에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어린이집 중에서도 국공립이나 시설이 크고 7세까지 수용 가능한 곳을 보낸다면 이 시점에서 계속 7세까지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고, 4세까지만 보육하는 가정 어린이집에 보낸 경우에는 5세가 되는 시점에 일반 유치원에 보낼지, 놀이학교로 갈아탈지, 신개념 놀이학교와 영어 유치원 사이쯤 되는 곳에 보낼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놀이학교를 보내고 있었다 해도 7세까지 이어 보낼지, 한두해 다니고 영어 유치원을 갈아탈지를 고민하게 된다.


여의(여자 의사)들이 모여있는 익명 게시판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자잘한 일상 팁이나 의학 , 아이 교육에 대한 몇몇 정보들을 얻을 수가 있어 가끔 검색용으로 이용하곤 한다. 그곳 선배 의사 엄마들이 써놓은 글들을 종합해 보면, 복직  가정 어린이집 보육을 하다가, 4-5 놀이학교, 6-7 영어 유치원, 8세 사립초 코스 족보인 듯했다. 물론 자잘한 사설들은 길었고, 애바애 (아이 by 아이, 아이들마다 다르다) 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겠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의 차분함만 갖추고 있다면 권고하는 방법이었다.


일단 나는 자녀 교육에 목을 매는 스타일이 아니다. 될 놈은 어떻게든 될 것이고, 안 될 놈은 어떻게 끌어가도 안 된다는 게 기본 마인드이고, 본인의 동기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의 경우에 스스로 생각할 힘이 부족하고 내가 길은 터줘야 하므로, 나 역시 무척 고민스러웠다. 처음에는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가 무슨 알파벳을 먼저 배운단 말인가, 싶어 영어 유치원에 회의적이었다. 내 아이가 언어적 재능이 다분해 보이고 뛰어난 게 눈에 보인다면 시도해봄직하겠지만, 딱히 언어 감이 뛰어난 아이는 아니었고, 나 역시 미리 한글을 떼게 하지 않았기에 제2의 언어인 영어까지는 감히 생각지도 않았다. 모국어 실력이 1-2년은 앞서야 제2의 언어도 이해가 가능하다고들 하니.


어쨌든 영어 유치원을 신봉하거나 계획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본의 아니게 영어 유치원에 보내본 엄마의 입장으로 말하자면, 영어 유치원에 대해 약간의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언어 감이 있든 없든 영어라는 언어는 많이 접할수록 잘할 수밖에 없다. 영어를 친근하고 거부감 없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의 절대량"에서 영어 유치원이 그 어떤 엄마표나 다른 방식보다 매우 앞선다. 상황이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쪽으로 흘러가니 나도 생각을 바꾸게 된 것. '한글도 아직 모르는데 무슨 영어 유치원이야' → '한글이야 한국에 사는 사람이니 결국에는 다 하겠지.' 내가 잘하지 못한 영어 내 아이는 친숙하게 잘하면 세상 살기 용이할 것 같았고 기왕이면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살아 있는 영어를 많이 접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다.


남들이 다 간다고 해서, 나도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살면서 입시를 위한 수능 영어 1등급이 목표라면, 나의 경우만 봐도 사실 영어를 "그렇게 아주 잘"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1등급이나 토익 900점 넘는데 크게 무리는 없다. 요령을 익히고 리스닝과 리딩 위주로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공부했던 나는 해외여행 가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자유자재로 소통을 할 수는 없었고, 영어 강의조차 스크립트를 일일이 작성해서 외워야 한다. 산 공부는 아닌 것이다. 아이의 영어 교육에 있어서도 목표가 중요한데, 내 아이의 경우 영어가 아주 뛰어날 필요도 없지만 한글 수준으로 같이 성장해 나갔으면 했다. 한국 나이 7세에 미국 아이 3학년 수준으로 읽게 만들 정도로 너무 올인할 생각도 없었고, 나이대에 적합한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는 정도가 나의 목표였다. 한글 읽기가 한국 아이 1학년 수준이라면, 영어 읽기도 미국 아이 1학년 수준이면 되는 것. 텍스트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인지 수준에 맞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결국 모국어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7세의 생각은 7세다워야 하고, 9세의 생각은 9세다워야 하는데, 7세에게 10세의 인지와 수준을 바랄 수는 없지 않나? (물론, 언어적인 감이 뛰어나고 그만한 역량이 있는 아이는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국제학교를 생각하거나, 이민 등이 목표라면 학습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영어로 사고하고 생활하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정도가 목표라면, 거기에 맞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어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하는 게 아니라, 목표 설정이 1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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