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좋은 이모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혹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들 한다. 나에게도 둘째가 태어나고 풀타임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아이가 태어나고 봉직의로 일하고 있던 나는, 오래 쉴 수가 없었고, 복직 전 풀타임으로 봐주실 (8시-18시 하루 10시간) 도우미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지금 일을 그만두고 내가 아이만 돌보기에는 경력 단절과 새로운 구직 활동이 걱정되었고 결국 남편과의 상의 끝에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
먼저 알아본 곳은 지역 YWCA 였는데, 2022.3 홈페이지 기준으로 서비스 이용요금은 다음과 같다.
첫째 9시-6시 160만 원 (아기 활동공간 청소 포함)/ 아기+가사 : 200만 원~/ 숙식 : 250만 원~/ 가족수, 평수에 따라 조정/ 점심 제공 및 점심시간 : 1시간/ 면접비 : 10,000원/ 추가 시(시간당) : 10,000원
둘째 (큰아이 유치원) 170만 원 (아기 활동공간 청소 포함)
셋째 / 쌍생아 210만 원 (아기 활동공간 청소 포함)
문제는 시간이 보통은 4시간 또는 8시간으로 정해져 있다는 건데 이 시간을 맞추려면 내가 출근이 늦거나 일찍 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 추가 금액이 붙는 데다가 집안일은 집안일대로 음식은 음식대로 따로 사람을 써야 했다. 복직 거의 한 달 전부터 내 상황에 맞춰서 사람을 구해달라고 연락을 했더니 감감무소식. 복직 2주 전까지 아무 연락이 없어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고, 한 군데에만 맡겨서는 구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집안일과 음식을 대강이나마 해주시는 분으로 구하고 싶어서 새로이 알아본 곳이 단디 헬퍼와 시터넷이다.
두 곳의 시스템은 비슷하다. 제법 소상히 조건을 클릭해서 올리고 그 조건에 맞춰서 구하는 사람도 구직하는 사람도 접근을 하게 된다. 지역별로 또는 구별로 검색을 할 수도 있고 근무 조건(지역 형태 분야 구분 경력 국적) 별로 검색도 가능하다. 구하려는 사람도 채용 조건을 쓸 수 있고, 구직하는 사람도 인재 정보 및 이력서를 올려놓을 수 있는데, 연락처 열람 권한은 유료다. 빨리 구하고자 한다면 조건에 맞는 이력서를 찾아 직접 연락을 해볼 수도 있고, 여유가 있을 시에는 조건을 올려두고 기다리면 된다.
나의 경우에는 총 두 번 이용해 본 셈인데, 한 번은 급하게 구해야 해서 일괄 문자를 보내는 형식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했고, 나머지 한 번은 여유를 두고 올려 1-2주 기다렸다. 내 글이 상단에 노출되게 하거나, 리스트 중에서도 내 글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도 있었는데, 나는 주기적으로 새로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상단 노출을 시도했고, 간단한 형식으로 조건을 써서 주변 구직자들에게 문자를 일괄 보내는 유료만 이용해보았다.
베이비시터를 구할 때는 소상히 정보를 제공하고 내가 원하는 조건을 상세히 쓸수록 면접 볼 때 유리하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썼던 내용을 참고 삼아 올려본다.
1. 근무환경
- 출생 연월 남/여아 (개월 수)
- 출생 연월 남/여아 (나이) : xx 유치원 등 하원 (9시-2시)
- x호선 xx역 도보 3분 거리 (xx 평형, 방 3개 화장실 2개)
- 맞벌이 부부, 애완동물 없음.
- CCTV 있음.
2. 근무조건
1) 급여 - 월급제 xx만원. 첫 2년 간 월급 인상 없습니다.
- 근무 중 부부 사정으로 쉴 경우 월급 100% 지급
- 근무 중 이모님 사정으로 쉴 경우 급여에서 일당 제외 - 한 달 미만 근무 시 시급 x원 계산하여 지급
2) 근무 시간 - 주 5일 8시-18시 총 10시간
** 1년 이상 근무 후 그만둘 때 퇴직금 형식의 1달치 급여 제공 (1년 이하 근무 시 없음)
3) 휴일 - 법정 공휴일은 휴일이나 대체 휴일은 쉬지 않습니다.
- 휴가는 부부 휴가에 맞춰 3-5일, 미리 말씀하시면 협의 가능
4) 근무기간 - 3년 이상 오래 근무 가능하신 분
3. 주요 업무
- 둘째 케어 : 이유식 만들어 먹이기, 아이와 놀아주기, 낮잠 재우기
- 첫째 등 하원 돕기 : 아침 먹이기, 등 하원(차량으로 등 하원) 도와주기, 저녁상 차리기 및 먹이기
- 가사 : 집안 청소 (매일 청소기, 주 2회 물걸레질, 주 1회 화장실 청소), 빨래, 설거지
- 밑반찬 (시간 부족시 반찬가게에서 사주셔도 됩니다) 및 부부 저녁 식사 준비
4. 요청 사항
- 육아에 대해 부모 의견 존중
- 근무 중 TV 나 DMB 시청 불가
- 잦은 스마트폰 사용 및 통화하시는 분 사절
- 65세 미만의 체력 좋으신 분
- 시간 개념 철저하신 분 (지각, 무단결근 사절)
- 위생 관념 철저하신 분
5. 필수 요청사항
- 신원 확실한 분 - 신분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건강진단서 지참 (간염, 결핵 포함)
- 비흡연자, 근무 중 음주하지 않으시는 분
-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거나, 무단 외출하지 않으시는 분
- 다른 집과 비교하지 않으시는 분
6. 우대 사항 - 근처 사시는 분 - 요리 및 아이 간식 제조에 능하신 분
7. 문자로 먼저 연락 주세요 : 성함/나이/경력/거주지 알려주세요
최대한 소상히 근무 조건을 써두면 이 글이 일종의 근로계약서처럼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생겼을 때 해결할 근거가 생긴다. 연락이 6-7명 정도로 쌓이면 날을 잡아서 일괄 면접을 보는데, 그전에 해야 할 일은 전화가 오거나 문자가 오면 1차로 선별해내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구하는 조건을 잘 읽어보고 연락했느냐의 유무로 걸러냈다. 마구잡이로 찔러보는 건지, 조건에 맞게 연락을 한 건지는 조금만 통화를 해봐도 바로 알 수가 있는데, 1차를 통과했다면 면담할 날짜와 시간, 장소를 잡는다.
일을 하던 중에 사람을 구해야 할 때는 주로 스타벅스 같은 데서 면접을 봤다. 면접비는 음료값으로 대신하거나 면접비를 명시한 경우에는 커피도 사고 상품권 만원 정도를 추가로 쥐여주기도 했다. 시터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아이가 이모 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집으로 부르거나 아이와 함께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나중에 함께 일을 안 할 수도 있는데 집 주소며, 아이 얼굴이며, 이런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것이 꺼려져서, 집에서 가깝고 조용한 커피숍으로 정해 따로 둘이서 만났다.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한 이후에는 약속 시간은 정확히 잘 지키는지, 장소로 잘 찾아오는지를 제일 먼저 본다. 문자로 받은 이름/나이/경력/거주지를 확인 후 근무 조건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근무조건 중에서 특이점이 있다면 다시 한번 그에 대한 의견이 있는지 물어보고 이전 일하던 환경도 확인한다. 그때 이전 일하던 집에 대한 이런저런 구설을 많이 늘어놓는다든지, 한 집에서 일한 기간이 1년 이내로 다 짧다면, 후순위로 밀렸다. 고용하는 집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본인이 조건 따라 쉬이 이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 경력 햇수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한 집에서 몇 년씩 일했고, 어떤 연유로 그만두게 되었는지였기 때문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알려주십사 최대한 공손히 물었다.
말을 이리저리 옮기는 사람은 우리 집 사정도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이고, 한 집에서 2년 이상 일했고 해외 연수 등의 계기로 그만두게 되어 새로이 좋은 집과의 인연을 찾는 사람이, 총 경력 3년 차에 다섯 집을 짧게 짧게 지낸 사람보다, 진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두 명의 인연을 거쳤고, 난 두 분 다 매우 감사하게도 만족하며 잘 지냈고, 현재도 잘 지내는 중이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뽑을 때 신중을 가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누군가에게는 도움 되는 글이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