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책을 직접 골라보자
나는 사실 정말 초보 엄마다. 닥치면 그때그때 해결하다 보니, 깔끔하게 누가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결국엔 그 지역 특성에 맞게 발품 팔고 정보를 얻어야겠지만 혹여 아무것도 몰라 헤매고 있을지도 모를, 마치 과거의 나 같은 초짜 엄마를 위해 계속 써 본다.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은 엄마라면, 처음에는 렉사일지수 AR/SR 지수 이딴 게 다 뭐야 싶을 것이다.
먼저 AR 지수 (ATOS BOOK level). 미국 르네상스 러닝 사의 Accelerated Reader에서 제공하는 레벨로, 어휘 개수, 난이도, 문장 길이 등을 기준으로 K 레벨부터 12까지 레벨로 구성되어 있다. K 레벨은 Kindergarten 유치원 수준, 1-12은 초등 1학년부터 시작하는 레벨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텍스트 자체의 난이도를 의미할 뿐 내용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내용을 고려한 연령 적합성 지수인 Interest Level을 함께 활용한다면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고르기가 조금 더 용이하다.
SR 지수(Star Reading)는 점수가 1점대, 2점대, 3점대로 나오는데 미국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단어가 포함된 책을 읽고 이해할 수준이라면 1점대, 2학년 수준은 2점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애는 SR 이 3.5야, 라는 말은 미국 초등학교 3학년 5개월 수준이라는 소리다. 이 지수를 참고하여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게 된다.
렉사일지수(Lexile)는 미국 메타메트릭스 사에서 개발한 영어 읽기 능력 지수로, 어휘의 난이도와 문장의 길이를 기반으로 하는 정량적 분석법을 따른다. 10L 단위로 부여되는데 테스트에서 렉사일 지수를 알게 되면 해당하는 책의 내용을 75% 정도 이해하는 독서 수준으로 보고 -100L~+50L까지의 책을 고르면 적정하다고 한다. 참고로 수능 영어의 렉사일 지수 평균은 1300L 정도다.
요즘에는 각종 서점에서도 지수별로 책을 고를 수 있게 분류를 잘해놓기 때문에 (예스 24, 웬디북 등) 참고하여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골라주면 되고, 학원에서 알려주는 각종 지수들을 이해할 때도 적당히 뭘 의미하고 어느 정도라는 건지만 이해해두면 된다. 영어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서 엄마가 굉장히 영어를 잘해야 한다거나 각종 지수를 다 알아야 한다거나 하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치를 함께 키워나가면서, 경제적인 여유만 있으면 된다. 내가 말한 경제적인 여유란, 각 집안 내 교육비로 산정된 액수 내에서 가능할 때 보내라는 말이지, 아주 부자만 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자녀 교육에 만큼은 총수입의 70% 책정할 정도로 가치를 높게 둘 수도 있고, 또 아무리 부자라도 30만 원 정도로만 교육비 지출로 생각한다면 보낼 수 없을 것이다. 각자가 생각한 가치 수준에 맞게 보내면 된다. 조금 모자라서 못 보냈다고 해서 통탄할 이유도 없고,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고 가정에서 아예 손 놓아서도 안된다.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더라도 수준에 맞는 유치원 누리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재밌는 영어 그림책을 골라 자주 읽어주자. 책 구입이 부담된다면 도서관에 함께 가서 차고 넘치도록 많은 책 중에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것으로 골라줘도 좋다. CD까지 대여를 해주니 엄마 발음이 안 좋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엄마표는 가능하고, 마찬가지로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