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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Jun 28. 2023

글쓰기? 그냥 쓰면 돼!

전문가에게 진단받은 글쓰기

세상이 멸망이라도 할 듯 하늘이 으르렁대던 밤, 김작가님과 줌토크를 했다. 마치 너희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외치 듯, 줌토크를 하는 두 시간 내내 우르르 쾅쾅 하늘이 울고, 번개가 번쩍번쩍거리며 시커먼 밤하늘을 밝혔다. 모니터 속 김작가님은 도플갱어처럼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앉아 계셨다. 나는 도대체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모니터 속 김작가님은 나와 분명 다른데, 또 다른 나를 만난 듯, 홀린 기분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김작가님을 알게 된 건, 블로그 지인을 통해서였다. 글쓰기를 열망하는 이들을 위해, 김작가님께서 상담과 조언을 해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면서, 지인이 나에게도 김작가님과의 만남을 추천했다. 내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기는 한가라는 회의적인 마음이 반, 그래도 내 문장력에 대한 전문가의 통렬한 분석을 받고 싶다는 마음 반으로 김작가님에게 줌토크를 신청했다.


몇 주의 기다림 끝에, 김작가님과 마주한 게 어젯밤이었다. 줌토크를 시작하기 전, 몹시 긴장했다. 어쩌면 내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실패했던 도전의 기억들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마음이 심란했다.


나의 글쓰기 역사는 이십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출발은 아주 좋았었다. 처음 쓴 단편 소설이 수상을 했고,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다. 뭐라도 될 줄 알고 회사를 떼려 치우고 글쓰기 공부를 했다. 그런데 육 개월 가량 그렇게 혼자 도서관에 처박혀서 책을 읽었던 게 과부하가 왔다. 작가라는 직업, 글을 쓰는 삶이 무서워졌다. 그들의 고뇌하는 삶에 압도당했다. 그래서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나의 인생은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렸다. 더 넓은 세상을 보겠다고 여행을 떠났고, 결국은 영어 강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으며, 지금은 국제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생겨난 건,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편입을 했다. 일 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작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졸업을 하고 나면 글쓰기에 대한 나의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행이 나를 급습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삐 소리가 들려왔다. 삐 삐 높은음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 무서웠다.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하다 보니 소리가 더욱 커졌고 결국 하루 종일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온몸이 무너졌다. 불면의 밤이 지속되고 삶이 공포가 되어버렸다. 결국, 학교 공부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하기까지 두어 해가 걸렸다. 완전히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글을 쓰고싶다는 마음도 조금 생겨나서 여러 산문 대회에 참가했다. 일 등상은 받지 못해도, 턱걸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소소한 상금을 타서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쏘기도 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저질 체력인 내가 얼마 되지 않는 나의 에너지를 글쓰기에 모두 써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천천히 글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그런데 갑자기 이민을 결정하면서 글쓰기와 다시 멀어졌다.


미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정착을 한 후  글쓰기에 다시 기웃거려 봤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글쓰기 연습을 하라리고 다짐했었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혼자서 고립되어 목표와 계획이 없는 상태로 열정을 불태우기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이번에도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어 겁이 났던 것 같다.


이런 뜨뜻미지근한 상태로 김작가님과 대면을 했다. 내가 보내 준 몇 편의 글을 읽은 게 다 인데도 불구하고 김작가님은 나를 꿰뚫어보셨다. 글쓰기를 가지고 풀어내는 인생상담이 이어졌다. 말을 하다가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계획까지 세우고 약속을 말로 내뱉고 있는 나. 이건 무슨 상태란 말인가! 김작가님에게 홀린 것인가, 아니면 김작가님이 나의 내면에 있는 욕망을 끓어낸 것인가.


'할 일 있어요? 없잖아요. 그럼 쓰면 되지.'

듣고 보니 그렇다.

'글쓰기에 적합한 조건을 다 가지고 계시잖아요. 고난 속 성장, 드러내고 싶은 자아, 위로하고 싶은 마음, 희망을 주고 싶은 포부, 다져진 문장력, 똘끼. 그럼 그냥 써 봐요.'  

솔깃하다. 복잡할 게 전혀 없다. 그냥 남아도는 시간에, 쓰면 되지, 그게 뭐 대수라고.

'작문을 해대는데도 글이 잘 읽혀. 쉼표를 잘 사용하는 게 호흡이 좋아. 별로 꾸미지 않는데 멋스러워. 문맥 연결이 자연스러워. 첨삭할 게 별로 없어.'

다행이다. 기본기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한 가지 주제, 명확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 딱 하나를 잡고 가야지.'

이게 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생각거리가 여러 개 생기면, 고르기가 힘들다.

'퇴고가 중요해. 내 글을 반복해서 읽기 싫어도 읽고 또 읽으면서 수정해야 해.'

퇴고 명심하자.

'글이 솔직해서 와닿아.'

까발리면 통한다. 좀 더 솔직해져 보자.

'너무 혼자만의 감상에 빠져서 쓴 것 같냐고? 아니, 전혀. 그리고, 글은 감상에 빠져서 적는 거야.'

고민 해결, 그냥 걱정 말고 하던 대로 계속 쓰자.


김작가님과의 대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루에 세 시간, 일 년 동안 글을 쓰겠다고 공표했다. 나를 닮은 김작가에게 약속을 한 것인지, 김작가의 모습을 하고 앉아 있는 나에게 약속을 한 것인지 헷갈렸다. 두 시간의 줌토론이 끝난 후에도 하늘이 계속 으르렁으르렁 울어대며 섬광을 미친 듯이 쏘아댔다. 이 밤은 도대체 나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경고인지, 응원인지 아니면 위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심란한 마음으로 깨어있는 깊은 밤 홀로 외롭지 않았다. 여정의 시작, 우르르 쾅쾅, 훗날 이 전조를 회상할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부디 편안하기를,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 멋대로 사는 세상, 정말 제대로 멋진 김작가님과 그녀의 프로젝트가 어떤 선한 영향을 뻗어나갈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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