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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Toni Nov 01. 2024

17회 동서문학상 수상 소감 / 수필 부문 맥심상

턱걸이로 당첨되어도 신나고!


동서문학상을 처음 알게 된 건 20년도 훨씬 전이었다. 소설 창작이 뭔지도 모르고 한번 해보겠다고 끄적거리던 20대, 그때 동서문학상에 단편 소설을 출품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끝이었다. 작가가 되겠다던 도전은 6개월 만에 끝났고, 작가는커녕 책도 거의 읽지 않는 삶을 살게 됐다.


2024년에 온라인 글쓰기 모임 '쓰작'을 시작하면서 매주 4편의 글을 썼다. 혼자 꾸준히 쓰는 게 불가능해서 모임을 만들었다. 시작할 때 목적은 하나였다. 한 줄이든 한 쪽이든 일단 쓰자! 쓰기 습관을 기르자!


어떨 때는 낙서 수준으로 끄적거리다가, 또 어떨 때는 문장이 술술 써지면서 마음에 드는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9월에 동서문학상 공모전 소식을 접했다. 쓰작에 쌓인 글이 있었기에, 뭐 어때, 나도 한번 참가해 보자, 떨어지면 말고, 붙으면 놀랍고 이런 마음으로 작품을 응모했다. 시 비슷하게 생긴 글 4개를 시 부문에 업로드했고, 에세이 비슷한 글 4개를 수필 부문에 업로드했다. 


공모전에 응모할 때 참가자들 마음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나 같은 입문자라면. 혹시나 하는 바람, 제발 최하위 상에라도 붙어라. 동서 문학상 경쟁력이 어마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마 3프로 정도 기대했던 것 같다.


어제 도서관에서 퇴근 후, 동서문학상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최하위 상 100명 맥심 상의라도 제발 내 이름이 있기를 바라면서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저~~ 밑에, 내 이름 ***, 작품명 더 이상 쓰지 않는 일기.


무척 기뻤다. 다른 방에 있는 남편과 딸을 환호하며 불렀다. 공모전 응모 작품이 3천4백1개라고 강조하면서 일단 수상 명단에 올랐다고 자랑했다. 내가 쓴 글을 예전에 케일라가 읽었던지라, 케일라가 함께 공감하며 좋아했다. 


내가 카톡으로 가족과 지인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는 사이, 케일라가 뜬금없이 내 사진첩을 들고 왔다. 일기 속 엄마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 사진첩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엄마 이렇게 예뻤냐고 감탄사를 쏟아냈다. '더 이상 보지 않는 앨범'으로 후속작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ㅋㅋ    


에세이는 무엇인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보통 경수필과 중수필로 나뉘는데,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 사전에 이렇게 정의 내려져 있다.


공모전에 응모할 때 16회 동서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읽었다. 어떤 작품이 요즘 트렌드인지 궁금했다. 에세이라는 장르가 내가 옛날 옛적에 알던 '수필'이라는 장르와 달라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요즘 에세이는 화려한 꾸밈보다 스토리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았다. 지루하지 않았다. 물론 문장력은 필수였다. 


어쩌면 에세이는 짧은 단편 소설보다 더 짧은 단편 소설인지도 모르겠다. 내 삶 속 한 장면을 케치하여 담백하게 보여주는 것. 그런데 이게 창작이 아니라 사실이니 감동이 더한 것 같다.


사실 응모했던 4편 중에 이 작품이 뽑혀서 적잖이 놀랐다. 정성 들여 쓴 글이 아니라 완성도가 낮았다. 일기를 읽은 후 머릿속에 든 생각을 마구 쏟아낸, 한마디로 일기 같은 독백 글이었다. 이런 내 글이, 다행히 이런 스타일의 글에 호감을 가지는 심사위원과 만났기 때문에 상을 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 사실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정보성 글은 그나마 백 단위를 넘기지만, 글쓰기를 위한 글은 조회수 50만 넘겨도 성적이 좋은 편이다. 표나지 않게 들러서 내 글을 꾸준히 읽는 이웃님도 몇 분 계신 걸 안다. 웬만해서는 댓글을 잘 달지 않는데, 가끔 글이 아주 좋으면 댓글을 살짝 달아 놓고 가신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일기'도 그중 하나였다. 심사위원이나 일반 독자나 끌리는 글은 비슷한 것 같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아무튼, 조회수를 올리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글 쓰는 작업이 좀 외롭기는 하다. 내가 쓰는 방향이 맞는가, 내 글이 재미있는가 무척 궁금하다. 이번에 맵 심상을 수상하면서, 인정받는 기분이다. 아, 이런 식으로 계속 써도 되겠구나. 그러면서 단련하면 되겠구나. 약간 안도하는 마음이다. 또한 그렇게 갖고 싶던 타이틀 하나 생겨서 기쁘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전업주부에게는 아주 소중한 타이틀이다.


2025년에는 에세이 말고 긴 글을 쓸 수 있을까. 단편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아직 의심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어쨌든 쓰작에서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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