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발취 수술을 설렌 마음으로 기다리는 딸
딸이 어제 치과에 다녀왔다. 클리닝이 무척 아팠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이 꽃처럼 활짝 폈다.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수술 받을 거야!”
남편이 덧붙여 설명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사랑니 발취 4개를 권했다고 했다. 지난해에 다른 의사 선생님께도 같은 의견을 받았으나 미루고 있던 참이었다. 두 명의 의사 선생님 의견이 그러하니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고, 내일 오럴 설전과 상담하기로 예약을 잡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딸이 기쁜 이유가, 이제 자기도 친구들처럼 수면 마취와 사랑니 발취 경험담을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기대 때문이다. 사랑니 네 개를 동시에 뽑은 후 발생할 통증과 붓기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 학교에서 잠시 외출해 오럴 설전을 만나고 왔다. 수술 날짜를 11월 8일로 잡았다. 남편과 딸이 치과에 갔을 때 오럴 설전 두 명이 출장 와 있었다고 했다. 남편이 웃으면서 말했다. 각각 진료실에서 딸 또래 여자 아이 두 명이 엄마의 부축을 받으면서 비틀비틀 걸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있자니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나도 웃음이 났다.
두려움과 걱정, 불편함보다 기대와 흥분이 훨씬 커서 진취적으로 도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아서, 경험해 본 것보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게 많아서 사는 것 자체가 여행인 젊음이 진정 부럽다.
딸에게는 멋진 여행지보다, 맛난 음식보다 일상이 더 즐겁고 가치 있는 여행이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몰라서 무모하게 도전하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일상이 그저 지루한 풍경이요, 여행 전에 걱정과 불편함에 대한 생각이 앞서는 나이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나 혼자 배낭 메고 여행하던 때가 떠오른다. 고생길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순박한 사람들, 경험하지 못했을 따뜻한 친절들... 이런 경험들을 마지막 여행지인 캐나다에서는 체험할 수 없었다. 처음 경험 한, 내 기준 나름 럭셔리한 여행에, 이게 돈 쓰는 맛이구나, 편하고 풍족하구나, 좋아했는데, 딱 그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상이 여행인 딸, 정말 부럽다. 지금처럼 삶의 이벤트 앞에서 늘 기대와 흥분으로 설레길 바란다. 걱정과 두려움도 필요하니, 이건 짧게 하고, 언제나 도전하며 살기 바란다. 딸이 배낭 여행 떠난다면 기쁘게 응원해 주리라!
마음이 오랜만에 간지럽다. 허파에 바람이 든다. 나도, 떠나고 싶다. 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