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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글과 Mar 01. 2024

인생 조진 A씨의 사정-(1)

A씨는 꽤 괜찮은 스펙의 전문직 남성이다. S대 간판을 내걸고 일했고 자택은 알싸라기 강남땅 아파트에 있었다. 자신도 주변의 칭찬을 모르지 않는 듯했다. 주변인들은 그의 '괜찮은 스펙'을 칭찬해줬고 그 때쯤 A씨는 자신 또한 '괜찮은 스펙'의 상대방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B씨를 만난 건 서로 타이밍이 맞는 처사였다. 여성 B씨는 얼굴을 무기로 하는 화려한 일을 하고 있었다.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이었고 그녀 또한 집안과 자신의 재력을 숨기지 않았다. 명품백이 몇 개인가 있었고 보유한 입차는 자신의 스펙 안에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A씨와 B씨는 우연한 기회에 서로를 마주했다.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고 생각했다. A씨는 B씨의 화려한 외면 속 그늘 져 있는 어떠한 감성을 자신이 보듬을 수 있다고 자신했고 B씨는 A씨의 순수함이,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꽤 괜찮은 스펙'이 마음에 들었다. 이들은 연인을 넘어 그렇게 결혼을 약속했다. 처음만난 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저 결혼 합니다" A씨는 여기저기 자신의 미래를 자랑했다. 확신에 찬 자신감이었다. 너무 일찍, 그리고 빨리, 급하게 결혼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물론 존재했다. 그때마다 A씨는 여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자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려한 B씨와 자신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하루 빨리 세상에 공표하고 싶었다. "B와 나는 운명인 것 같아, 단순히 예쁜 사람만은 아니야. 그녀의 마음속에 뭔가 어둠이 있거든, 그 어둠과 아픔은 나만이 치유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말 그대로 '개소리'였다. 그렇게 A씨와 B씨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다.


A씨는 결혼을 위해 종교까지 바꿨다. 결혼식장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에서 하기로 했다. 성당은 본래 A씨가 다니던 곳이 아니었다. B씨와 그 집안이 다니던 곳이었다. B씨가 원하는 명품이 있다면 A씨는 3일 내로 그것을 공수해왔다. 네가 무슨 공수부대냐. 그럴수록 주변의 우려는 점점 커져만 갔다. 어디선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바로 '퐁퐁 냄새'.


주변의 우려가 무슨 상관인가. 퐁퐁이 뿌려져도 기차는 달린다. 이들이 탄 기차는 어두운 터널 속으로 가는 신혼기차였고 우직하게 달려 어느새 결혼식 3일 전 앞으로 왔다. A씨가 B씨의 외도를 목격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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