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나는
천당과 지옥을 굳게 믿었다
나는 항상 착한 일을 해서
천당에 가리라고 의심치 않았다
천당과 지옥이 나누어진 세계는
안온하고 평화로웠다
차츰
회의와 의심과 교만이
고개를 내밀어
낭떠러지 끝에 다다랐다
커져가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낙원 밖으로 내몰았다
추방된 자가 되어 나는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추위에 떨었다
돌아온 탕자도 될 수 없는 나는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우주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불가능과 부조리의 세계에 던져진
인간들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원소로 환원될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생각은 너무나 큰 짐이었다
불멸과 영원의 꿈은
한낱 환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