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과 안정형 그리고 나
2025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때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끌린다. 나는 최근 내 마음이 왜 회피형 성향의 사람들에게 끌리는지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들은 마치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하다. 불만이 있어도, 마음이 곪아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사랑만을 보여준다.
반면 안정형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들의 강한 자존감은 나를 압도하고, 나는 오히려 주눅 들어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관계에서 나는 늘 평가당하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내게도 회피형의 성향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린 시절, 늦은 겨울 저녁이었다. 동생과 나는 작은 단칸방에 앉아 그림을 그리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집 안은 온통 어질러져 있었고, 장난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피곤에 지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진 긴 침묵. 나는 그 침묵이 폭풍전야임을 알았다. 아무리 잘못했다고 빌어도 그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게 끝나고 나면 따뜻한 품이 있었지만, 그 온기는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
그 시절의 상처는 이제 다양한 관계에서 반복되고 있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사랑과 우정에서. 심지어 하나님과의 신앙적인 관계 속에서 조차도. 그들은 사랑과 인정이라는 명목하에 나를 교묘하게 조종하고, 또 강압적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 나는 그것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 혼자 멀리 떠나고 싶지만, 외로움이 두렵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지만, 신뢰하기 어렵다. 이런 양가감정 속에서 오늘도 살아간다.
2025년, 인생의 중반에서 여전히 길을 찾고 있다. 때론 도망치고, 때론 맞서며. 아마도 완벽한 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오늘도, 내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