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노을을 바라보며...
여름에 온다던 너는 한로인 오늘에도 아무 소식이 없구나
선로 옆 귀퉁에 심어져 있는 콩꼬투리가 노랗게 변하여도
네가 오지 않을 거란 걸 나는 알았는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이 흘러내릴 정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귓속에 오래오래 담아두려 했던 너의 전화 목소리
그걸로도 나는 충분했다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라는 걸 직감했음에도
그저 설레고 또 설레던 뜨거운 여름의 낮이었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머리 한 켠에 자리 잡은 너의 존재도 사라지겠지
온다고 했던 너의 음성만을 남긴 채.
시간은 너를 붙잡고 옅어지지만
나에게 오려고 내었던 너의 그 마음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노을이 황홀해지는 이 시간에 나는 너를 떠올린다.
차가운 이슬로 변해 버린 너의 마음도 가슴에 묻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