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00대는 날로 어려워지는 대학교육 환경의 엄중한 현실과 위기 앞에 직면해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따라, 입학자원 감소,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악화 등의 어려움 앞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든 기업이든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00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과 연구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학생중심”의 대학교육과 행정역량 구현에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총체적 역량 집중이 필요합니다. .....-중략-.....」
#2. 20**년 제1차 00대학 대학발전위원회 단상
총 장 : 교육혁신도 학생중심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학등록금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입생 충원율도 그렇고 해마다 중도탈락 학생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재정 악화로 재단 이사장님 뵐 면목이 없습니다.교육자도 아닌 제게 대학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셨는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대학예산 감축과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좋은 의견들 주시기 바랍니다.
위원 A: 총장님 교양교과목 강의수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학생수도 감소하고, 등록금 수입도 주는데, 현재와 같이 교양교과목을 유지한다면 해마다 강의료, 교육기자재 지출경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임교원들 전공과목을 줄일 수는 없고, 교양과목 개편이 필요해 보이네요. 마침 교무처장(위원)님도 계시니 말씀 한번 들어보죠.
위원 B: 아시다시피 교양교과목은 해마다 축소되어왔습니다. 교양과목 수도 이미 줄대로 줄었어요. 안 그래도 지난 학기부터 학생들이 ‘들을 만한 교양수업’이 별로 없다고 난립니다.
매년 학생들 교육만족도 조사하는 거 아시죠. 우리 00대학 학생들, 가장 큰 불만 중에 하나가 교양과목 불만족입니다. 그나마 개설 유지되고 있는 교양과목도 예산 때문에 거의 다 대형 강의로 전환했어요. 학생들 요청하는 신규 교양과목 개설은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위원 C: 학생들 ‘졸업 후 희망진로 조사’를 살펴보면, 대학 4년을 다녔는데 자신의 ‘진로’가 뭔지 어려워하고 헤매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 태반이 정말 제대로 된 ‘취업’을 희망하고 있구요. 대학의 본질이 학문공동체인건 맞지만, 전공교육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회진출 역량 개발을 위해서라도 내실화된 진로나 취업관련 교양과목 신규개설이 필요해보입니다.
학생, 제자들의 제대로 된 사회진출 하나 책임지지 못하고 대학의 본질, 학문공동체만 운운해해서는 대학발전도 요원하구요. 학생중심의 대학이 도대체 뭡니까. 학생들이 원하고 바라면, 적어도 방법 정도는 고민해 볼 수 있지 않나요. 너무 예산 측면으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원 D: 위원님 말씀에 참 씁쓸함을 느낍니다. 대학이 어디 취업학원입니까. 취업은 학생 스스로 하는 겁니다. 위원님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니 우리 대학 발전이 안 되는 겁니다. 사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도 기분 나빠요.
고등교육이란 것이 뭡니까? 고등교육법에도 적혀 있어요.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이론과 응용방법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대학재정이 어렵습니다. 위기입니다. 총장님이 이사장님 뵐 면목이 없다지 않습니까. 이참에 교양과목 더 줄이고, 진로나 취업 같은 건 외부 학원 찾아가서 직접 배우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하면 되지, 대학에서 취업교과목을 어떻게 가르칩니까. 신성한 학문공동체에서.
-중 략-
['뭐 점잖게 얘기했으니 다들 알아 듣겠지. 그리고 학생들 취업준비 하는 거 4년 총장 임기 내 결과도 잘 안나오는데, 그런거에 엄한 돈 쓰지말고 교육예산 줄이라고 하세요. 그리고 지난번에 전임총장 예우제 만들라고 한거 어찌됐어요. 관련 행정부서에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 총장인 내가 퇴직 후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조치하세요.']
#3. 교수님과 상담을 마치고
교수님과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여느 때하고 달리 기운이 더 빠진다.
‘학생성장 Level Up 진로취업상담제도’
거창한 이름, 상담다운 상담은 시작도,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나에게 할당(?)된 상담횟수를 다 충족했으니 굳이 교수님 연구실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번 학기도 곧 있으면 끝이 난다. 곧 방학이 시작된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종착지가 있더라도 언제든 마음 내키면 내릴 수 있는 버스가 오늘따라 유난히 편하게 느껴진다.
[이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그래 나야 잘 지냈지. 너 말도 없이 휴학하고 연락도 한번 안하고, 뭐하고 살았냐? 전화 번호도 바꾸고, 동기들 다들 궁금해하더라, 죽은 줄 알았다 짜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