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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영 Mar 10. 2022

윤동주 시 「肝」해석

[잡담 한 스푼_#1] 표현론적 관점 & 이상과 현실의 ‘나’ 발견

서론
본론
2.1. 표현론적 관점에서 본 시 .
2.2. 이상적 와 현실적 
결론




서론

尹東柱는 광복을 불과 6개월 남긴 1945년 2월 16일 1)에 29세의 젊은 나이로 敵國인 일본 땅에서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시인으로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그의 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듯이 그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시인 지망생으로서 혹은 동심의 세계를혹은 자기 성찰로 인한 고뇌의 순간을혹은 일제의 탄압에 고통 받는 민족 현실을 서정시로 풀어내려 하였다특히 민족의 운명을 노래한 작품들이 일제의 감시망에 걸려 그는 불온한 사상을 가진 학생이라는 미명 아래 체포되고급기야 적국의 땅에서 알 수 없는 생체실험에까지 이용당함으로써 비운의생을 마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2)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 윤동주는 일제 치하에서 고통 받는 민족을 보며 지식인으로서 무력감을 느끼며 자기 고백반성적인 시를 남겼다예로는중 •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문학 교과서에서 접할 수 있는 서시쉽게 쓰여진 시가 있다여기서 윤동주는 부끄러운 시인’, ‘저항 시인으로 제시되어 있다그리고 이 부끄러움은 윤동주 자신을 바라보는 반성적 시선즉 자기연민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고필자는 윤동주 시인의 시 중 을 분석하여 표현기법에서 자기연민을 찾아보려고 한다.


본론 


2.1. 표현론적 관점에서 본 .


표현론적 관점은 시를 시인 자신과 관련시켜 보는 시관이다이것은 시를 감정의 유로로 정의하든가작가의 지각 • 사상 • 감정에 작용하는 상상력의 산물로 정의한다여기서는 자기 표현’(self express)이 시의 목적이 된다서정시란 바로 자기표현이다. 3)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1941. 11. 29)의 전문 4)
 
이 시에서 시적 화자인 는 마지막 연에서 프로메테우스를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프로메테우스는 올림푸스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나누어준 죄로 절벽에 묶여 평생을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게 되는 형벌을 받는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라는 구절은 화자가 프로메테우스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째서 화자가 프로메테우스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대한 답변으로 단순히 불쌍함의 감정에서 비롯된 연민의 시선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하다필자는 표현론적 관점으로 분석을 시도하였다시인 자신과 작품을 결부시킨 표현론적 관점으로 보자면 프로메테우스는 시인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즉 시적 화자인 가 그를 불쌍한 것 이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왜 프로메테우스를 시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
 
윤동주는 일제 치하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갔던 지식인이었다자료에 의하면 윤동주는 18세에 동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창작활동을 전개하여 1945년 2월 일본에서 29세를 일기로 타계하기까지 약 11년 정도의 작품을 썼다이 기간에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적으로 일제의 억압이 절정에 달한 시기이므로 그야말로 격변과 혼란의 시대였다. 5)여기서 프로메테우스에 윤동주를 대입해보면 목에 맷돌을 달고는 정치 사회적으로 일제의 억압이 절정에 달한 혼란의 시대에 지식인으로써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그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에서 침전은 사전적 정의로 액체 속에 있는 물질이 밑바닥에 가라앉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메테우스는 타의적으로 끝없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인 가 프로메테우스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단순한 불쌍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강압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식인인 윤동주 자신을 스스로 객체화하여 동정(同情)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표현론에서 작품평가의 중요한 기준은 성실성’(sincerity)이다성실성은 시인 개인의 상상력이나 마음의 상태에 대한 진실성이다모방론과 달리표현론에서는 예술가 자신의 진실성이 그 기준이 되는 것이다말하자면 시는 시인의 감정과 정신상태의 꾸밈없는 순수한 표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7) 윤동주의 시를 보면 그는 고뇌의 순간을혹은 일제의 탄압에 고통 받는 민족 현실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였다윤동주가 순수한 시인이라고 평가받는 이유에는 그의 시에서 시인 자신의 마음의 상태에 대한 진실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2. 이상적 와 현실적 


은 여러 이야기에서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에게 을 쪼아먹히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토끼전에서 토끼는 자라와 용왕에게 을 빼앗길 뻔 하였다윤동주의 시 은 위 두 이야기가 조화롭게 인유된 시다두 이야기를 조화함으로써 인유의 요소들이 과거의 원래 문맥에서 가지닌 의미와 현대시에 도입된 새로운 문맥에서 가지는 새로운 의미의 병치적 융합이 이루어져 의미의 풍부성을 획득할 수 있다. 8) 프로메테우스토끼윤동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바로 이다프로메테우스의 간용궁에서의 토끼 간그리고 일제치하에서의 윤동주의 .
 
프로메테우스 이야기에서 불은 인류가 자연에 저항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였다이 불을 획득함으로써 인류는 자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그러나 인류에게 불을 전달한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 절벽에 묶여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당한다이와 달리 토끼전에서의 토끼는 잔머리를 써 아무 탈 없이 탈출했다여기서 두 이야기는 간이라는 소재를 공유하고 있지만작중 주인공은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여기서 두 인용된 이야기를 비교하고 난 후 필자는 다음과 같은 해석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바로 이상적인 와 현실의 의 발견이다여기서 이상적인 삶은 프로메테우스고현실적인 삶은 토끼라고 볼 수 있다.
 
시인에게 프로메테우스의 삶은 이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삶이다그는 신의 분노를 무릅쓰고 인간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 올림푸스에서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나누어준다그리고 코카서스 절벽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형벌을 당한다간략하게 요약하였지만 적극적 저항과 행동력이 보인다이와 달리 토끼는 용궁에서 모략을 써 탈출한 후 지상에 닿자마자 도망친다자기의 안위를 지키는 데에 급급한 모습이다시인은 프로메테우스의 삶을 동경하고 있지만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토끼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윤동주의 시 을 표현론적 관점에서 시작해인유된 두 이야기와 시인의 삶을 토대로 필자가 해석을 시도해 보았다표현론적 관점에서 시인과 화자를 동등한 존재로 보았다즉 시인을 화자로화자를 시인으로 보는 관점으로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물론 시의 전체적 흐름을 보아 시인의 삶에 너무 의존하였고 저항시인이라는 프레임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다만 필자가 윤동주의 삶을 중점으로 시를 해석한 의도는 바로 프로메테우스와 토끼의 공간적 배경과 당대 윤동주가 겪어야 했던 시대적 압박과 너무나 비슷하였고이에 윤동주의 삶을 중점으로 해석을 시도한다면 질 좋은 해석이 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에 시인 중심의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미주> 


1) 이건청 편저,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윤동주 평전』, 문학세계사, 1981, p.345.
2) 이호영, 『윤동주 시 연구』,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2007, 2, p.1.
3) 김준오, 『시론』삼지원, 2016, p.23.
4) 박군석윤동주의 시 간(에 나타난 시적주체의 지평한국문학논총 제712005, p.168-p.169.에서 윤동주의 시 의 전문만 찾았음을 알린다.
5) 이호영 윤동주 시 연구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2007, 2, p.2.
6)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침전’.
7) 김준오,  『시론』, 삼지원, 2016, p.23-24.
8) 김준오,  『시론』, 삼지원, 2016, p.228.


<참고문헌>


김준오, 『시론』삼지원, 2016,

이호영 윤동주 시 연구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2007

이건청 편저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윤동주 평전문학세계사, 1981,
박군석윤동주의 시 간(에 나타난 시적주체의 지평한국문학논총 제71,
2005, p.168-p.169.에서 윤동주의 시 의 전문만 찾았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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