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앙카라에서
6년 전 터키 앙카라에서 이런 글을 썼다. 스물세 살의 나는 마침표 없이 길게 이어지는 문장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이스탄불에서의 무료한 시간을 앙카라로 치환하려 했지만 할 게 없는 건 마찬가지다 같은 가게와 같은 음식이 즐비한 지루한 도시는 서울일 거라 생각했는데 앙카라가 독보적이다 이렇다 할 특징을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빌딩만 있다 중심 거리에서 벗어나면 조금 낮은 지붕들의 주택가가 있을 뿐 버거킹포파이스맥도날드대형쇼핑몰복권가게구걸하는아이들은 같다
터키에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있다면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일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얼굴에서 윤기가 난다 하지만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거리 아이들의 옷차림은 궁색하고 얼굴 또한 거칠다 휴지를 품에 안고 '1리라' 하며 작은 손을 내밀 때도 거침이 없고 때로는 휴지조차 없이 당돌하게 다가와 불쌍한 눈빛(그들의 태도에는 망설임이 없지만 눈빛은 언제나 깊다)으로 돈을 달라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앙카라로 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가다 구걸하는 아이들을 혼내는 중년 남자를 보았다 아무렇지 않게 휴지를 사람 무릎에 던져두고 돈을 주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하는 맹랑함에 화가 났던 것 같다 강제에 가까운 구걸이 사회에 득이 되지 않음은 분명한 일이지만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그들 경제활동의 최선이 1리라짜리 휴지라는 현실을 우리는 침묵해야만 하는가 태어나자마자 사회에서 구별되는 형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아무런 복지도 제공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터키 정부의 역할을 의심하게 된다
어떠한 '격차'에 대해 말하다가 터키의 빈부 격차 역시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다 부유한 거리를 거닐면 몸에 동물의 털을 두르고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여자들을 쉽게 보는 반면 유명 관광지를 가면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도둑들(때로는 무척 어리기도 한)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처음부터 말하는 것처럼 '거리에서 시작해 거리에서 지속하는' 아이들의 삶이다
며칠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하며 상처 입은 코끼리를 데려와 치료해 주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혼자 길을 걷다 작은 우물을 발견하고 물을 마시려 했던 건지 헤엄을 치려 했던 건지 그곳에 빠져버린 채 며칠 동안 탈출하지 못한 아기코끼리도 무사히 구출되어 사람들이 주는 우유를 아기처럼 받아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전에는 사람들이나 다른 생명들을 돕는다는 것에 대해 무척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극단적으로 나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고 '봉사'나 '보호' 같은 키워드에는 위선적이라며 거부감부터 느끼곤 했다 나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적대감을 느끼며 복수할 것이다 이를 갈던 극단적 시절도 있었다
무슨 일에 근거한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많은 아픔들이 내 마음에 닿는다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입장이라면 그렇게 하고 싶다 거리에서 손 내미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미워하지 말라'라고 말하고 싶은 내 눈동자가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코끼리들은 언제까지나 평화롭게 걸을 수 있는 자연과 함께였으면 비록 나는 재미없는 도시에 있을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