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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Dec 13. 2017

[리뷰]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저 / 돌베개 출판사

글쓰기의 시작


필자는 10년쯤 전에 회사를 한창 열심히 다닐 무렵, 평소 받아보던 뉴스레터에서 우연히 글쓰기 모임에 대한 공지글을 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 날 가입 신청서를 쓰고 곧 100일 글쓰기 과정에 돌입했다. 비록 공대를 졸업하고 반도체 회사를 다녔지만, 늘 글쓰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한편, 아내와 연애할 당시에는 수시로 편지를 쓰는 로맨티스트였기도 하다. 그래서, 글쓰기는 늘 내 삶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보고서나 이메일을 쓸 때면 단어 하나를 고르는 것도, 한 줄의 문장을 쓰는 것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곤 했다.


글쓰기 과정 이후로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나 셰퍼드 코미나스 박사의 <치유의 글쓰기> 등 글쓰기의 정석과도 같은 책을 비롯하여 책 쓰기의 테크닉을 가르쳐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책을 읽었다. 그럼에도 워낙 많은 책들이 나와있다 보니, 내가 전혀 모르던 책도 간혹 만날 때가 있는데, 오늘 소개할 '글쓰기 생각쓰기'라는 책도 그런 경우였다. 게다가 이 책을 소개해 주셨던 분이 바로 이 매거진의 필자로 같이 참여한 '비버 커뮤니케이션즈' 박요철 대표님인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글쓰기 생각쓰기 / 윌리엄 진서 저


타자기에서 인터넷까지


이 책의 서문을 잠깐 보면 저자 윌리엄 진서는 1976년에 초판을 냈고, 계속 보완을 거쳐 2006년에 지금의 개정판을 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007년 출간 이후 한국어 초판만 15쇄라는 이 분야의 굳건한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저자는 뉴욕 뉴스쿨 대학 교수로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기자를 시작으로 수십 년간 글을 쓰고 가르쳐온 사람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그가 처음 이 책을 집필했던 1970년대의 타자기에서부터 80년대의 워드프로세서, 90년대 이메일과 인터넷의 등장을 지켜봐 왔고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글쓰기의 원리를 알려주고 있다.


책의 원제목은 <On Writing Well>이다. 내가 번역을 하기에도 좀 미묘하고, 인터넷 번역기를 돌려봐도 버전마다 제각각이다. 다만, 출판사가 선택한 한국어 제목은 <글쓰기 생각쓰기>이다. 아무튼,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했다기보다는 책의 내용에 비추어 새로 지은 듯하다. 왜 제목 얘기를 꺼내느냐 하면, 이 책에서 저자가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가 '쉽게 쓰기', '간소하게 쓰기', '버리고 또 버리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꽤 유명한 글쓰기 책에서는 꼭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글쓰기 비법은 거창한 게 아니다. 그렇지만,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글쓰기의 핵심으로 '사람'에 주목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며, 읽는 독자를 늘 염두에 두라고 한다. 그래서, 솔직하고도 쉽게 쓰라는 조언을 한다. 아무리 따분한 형식의 글이라 하더라도 사람에 대한 얘기가 들어가면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생긴다. 그 예로 핵무기와 관련된 과학기사를 들었는데, 핵무기의 설명이 아닌 과학자들의 얘기를 통해 핵무기의 원리를 알려주는 사례이다.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


이처럼 책을 쭉 읽다 보면 다양한 글쓰기를 만난다. 문학, 인터뷰, 여행기, 회고록, 화학기술, 비즈니스, 비평, 유머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글쓰기를 망라한다. 저자는 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데 어떻게 이와 관련된 글쓰기 조언을 줄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읽는 독자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직장 상사이거나 고객일 수도 있다)를 위해서는 그들을 배려하는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 독자의 눈높이에서 글 쓰는 이들에게 귀중한 조언을 준다.


필자는 비록 얼마 전에 인생의 첫 번째 책을 출간했지만, 우리는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다양한 글쓰기 상황을 만난다. 비록 그것이 비즈니스와 관련된 내용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글을 읽는 대상은 결국 사람이다. 그들이 고객이나 상사의 관계에 있다 할지라도, 우리의 글을 이해하고 감동받게 하려면 위에서 애기한 조언들을 귀담아 두어야 한다. 40년간 출간된 책의 저력을 한번 믿어보는 셈 치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 이 글은 월간 매거진 <나는 1인기업가다> 2017년 1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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