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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임 Oct 03. 2023

산속에 별이 떴어요, 동티모르 10

별이 왜 산속에 있지?

 동티의 치안이 열악한 건 아니지만 해가 떨어진 이후에는 외출을 자제했다. 가끔 숙소 근처의 슈퍼마켓 가는 정도였다. 옆집에 개가 세 마리 있는데,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사납게 짖어서 산책마저도 꺼려졌다.  

    

 건기라서 한낮에는 불볕더위지만 저녁부터 새벽녘까지는 시원하다. 한국의 가을 분위기와 흡사하다. 오랜만에 선생님들과 저녁을 밖에서 먹었다. 오픈형 식당의 발코니에 서서 차를 마셨다. 까만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였다. “별이 참 이쁘다.” 별이 참 많다며 감탄하면서 의아했다. 별이 왜 산속에 있지?     


 동티의 사람들은 대부분 산에 산다. 수도인 딜리의 제한된 평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집들이 산속에 있다. 길도 없는 비탈진 언덕과 산에 집들이 옹기종기 다닥다닥 몰려있다. 낮에는 나무에 가려져 안 보이던 집들이, 밤이 되자 전등불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산속으로 고스란히 낙하한 모습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야경이 아닌 삶 자체에서 불을 켜고 빛을 밝히는 모습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동티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한국보다 높다. 조금 높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높다. 우리의 잣대로 본다면 이해가 안 되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문득 이들의 삶에 대해 값싼 동정을 하는 나의 모습을 반성한다. 

     

 평지의 땅을 사서 집을 지을 수 있는 형편이 된다면 훗날 그 별들은 하나하나씩 도시로 내려올 것이다. 더 이상 산속에 빼곡히 들어 찬 별을 감상할 수 없게 되겠지.      


 근래 정전이 자주 발생했다. 꼬박 하루가 지나도 전기는 깜깜무소식이다. 칠흑 같은 어둠과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산속의 별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발전기를 돌려 전기가 들어오는 어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무료함을 달랜 후 귀가 길에 저 멀리 반짝이는 별을 보았다. 

“전기가 들어왔다.”


오늘 밤 유난히 저 별들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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