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설렌다
12월 한 달간 한국에서의 휴가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1월에 다시 동티에 돌아왔다.
길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케리어에 짐을 싸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렇게 살기 좋은 한국을 떠나 열악한 동티로 다시 가려니 발걸음이 주춤거렸다. 누가 억지로 등 떠미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 년 전,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동티에 왔을 때랑 지금은 다르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학교는 개학이고 학생들과 부지런히 지지고 볶고 해야 한다.
사실 한국 출국 일주일 전부터 머릿속에 학생들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방학 과제를 넉넉히 내주고 왔는데 다들 잘하고 있으려나 궁금도 했다. 또 어떤 녀석이 중도하차할는지, 산으로 간 학생들이 개학 날짜에 맞춰 내려와야 하는데 그것도 걱정스러웠다.
비행기가 동티의 딜리 공항에 도착하자 더운 열기가 쑥 감쌌다. 시간에 쫓기는 두 번의 경유 환승으로 인해 한국에서 입고 온 옷을 갈아입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강렬하게 쏟아지는 딜리의 태양을 온전히 받으며 비지땀 흘리면서 입국장으로 들어왔다. 친절하게 공항까지 마중 나와준 기숙사 식구들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 귀환한 셈이다.
기숙사의 내 방문을 여는 순간 편안함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긴 여정 끝에 맛보는 아늑함 같았다. 확실히 일 년 전과는 달랐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기대감이 생겼다. 올 한 해 나는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보리라 결심했다. 작년에는 적응의 시간과 맞물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각오로 지내었다. 하루하루, 한 달을 무사히 보내는 것 만으로 감사했다. 그러나 이번 연도는 색다르게 보내고 싶다. 일터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면서 조금은 동티와 친해지고 싶다. 예전에 나는 학생들 가르칠 때가 제일 신이 났었다. 이곳에서 잠시 잃었던 그 열정을 다시 찾고 싶다.
2024년 동티에서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