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의 과일 시장에 가면 현지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일 년 내내 여름이어도 과일마다 수확되는 시기가 다른 거 같다. 과일을 좋아하다 보니 단골집도 생겼고 덤으로 주는 맛에 자주 시장에 간다. 최근에 잠부아가 시장에 많이 깔렸고, 이 과일에 호기심이 꽂혔다.
생긴 모양새는 수박보다는 작은 사이즈의 공 모양에 껍질이 두꺼워 힘들게 까도 속 알맹이는 아주 작다. 알알이 알맹이가 마치 자몽과 흡사하다. 잘 숙성된 것은 맛도 새콤하니 먹을만하다. 개당 1달러라 가성비는 좋으나 맛있는 잠부아 고르기가 여간 힘들다. 잘못 고르면 속살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맛도 아무 맛이 없다. 동료 선생님이 5개를 사들고 왔는데 그중 3개는 먹지 못하고 버려졌다. 겉모양새로는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는 과일이다. 복궐복처럼 운이 좋으면 맛난 잠부아를 취하는 꼴이다. 이젠 잠부아를 사서 껍질을 까면서 다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초집중을 한다.
이번에는 성공할까? 기대 반 걱정 반 첫 한 입을 먹어 본 후 표정으로 우린 가름할 수 있다. 냄새도 좋고 정말 잘 익었을 거라고 믿었던 잠부아의 맛이 형편없을 때는 ‘ 에잇, 또 속았네.’ 손으로 힘들여 가며 수고스럽게 껍질을 깐 보람도 없이 쓰레기 통으로 버려진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신조어를 하나 만들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 잠부아 같은 사람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딜리에서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우린 그 속에서 나름 재미를 찾는다. 맛있는 잠부아를 먹기 위한 우리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