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 고양이 한 마리가 새로 들어왔다. 외부에서 거주하던 이쌤이 기숙사로 입주하면서 기르던 냥이를 데리고 왔다. 지난해에 학교 담벼락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이쌤이 거두어 키웠고 울음소리가 우렁차서 이름을 우렁이라고 지었다.
우렁이는 낯선 장소의 옮겨짐이 불편했는지 사나흘은 꼼짝하지 않고 이쌤 방의 침대 밑에 숨어서 칩거했다. 며칠 후 우렁이는 문턱을 어렵사리 나오더니 기숙사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기숙사 터줏대감 큐티와 상봉했다. 으르렁대며 냥이들이 특유의 화악질을 서로에게 했다. 아이 싸움 말리듯 이쌤과 고쌤이 냥이들을 데리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큐티에게는 낯선 침입자가 느닷없이 생긴 꼴이다. 냥이들은 각자의 주인 방에서 격리되었다. 친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리라.
큐티와 달리 외향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우렁이는 기숙사 이곳저곳을 조용히 탐색하고 다녔다. 큐티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우렁이를 주시했다. 큐티가 낮잠 자기 좋아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책장의 맨 꼭대기, 회의실의 겹겹이 쌓아둔 의자 맨 위 등 큐티의 전용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렁이가 이 영역에 발을 들였다. 심기 불편해하는 큐티가 계속 우렁이 주위를 맴돌았다. 우렁이는 큐티에게는 별 관심이 없고 새로운 장소나 물건에 흥미를 가졌다. 화악질도 처음보다는 줄었다. 큐티가 많이 양보하는 듯이 보였다.
큐티가 절대 양보 못하는 구역이 있다. 회의실의 테이블이다. 큐티는 테이블 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 선생님들과 아이컨택 하는 걸 좋아한다. 테이블의 모서리에 쭉 뻗어 자는 것도 큐티의 일과다. 우렁이가 테이블 위에 오르려고 하자 큐티가 날을 세우며 방어했다. 짧은 팔과 다리를 휘어 적 거리며 한 치의 면적도 내주지 않았다. 우렁이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덩치에서 밀렸다. 이렇게 서열이 정리되는 듯했다.
냥이들의 동거가 한 달여 지났을 때, 테이블 위에서 우렁이가 놀았다. 큐티는 의자 위에서 그저 바라만 봤다. 둘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 이제는 서로 싸우지도 않고 각자의 영역을 배회하며 장난치며 논다.
“우리 큐티가 언니답게 동생에게 양보도 하고 착하네.” 하며 큐티 등을 쓸어줬다.
동물들에게 영역은 중요하며, 그래서 영역싸움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큐티는 자기 것을 조금 내어주고 우렁이와의 평온한 동거를 택했다.
세계 곳곳에서 땅따먹기로 시끄럽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런 땅따먹기의 연속반복 같다.
그래, 우리가 이런 냥이들보다 못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