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
햇빛이 흘러내리는 아스팔트 길을 걷다 보면, 슈즈 뒤축이 점점 벌어진다. 지난주에 구매한 슈즈를 외출하기 전에 신었다. 뒤꿈치가 거슬리지만 뒤꿈치가 살짝 까져도
아무렴 상관없다. 지금은 모든 게 생경하니까. 내 옆에 놓인 책과 손목시계, 언제 구매한지도 모를 실버 반지와 지난 여행 때 구매한 뱀 모양의 반지를 검지에 끼고 차가운 라떼를 마시고 있다.
방금 걸은 길은 너무 뜨거운 것이어서 목에 두른 스카프를 갖고 놀다가 그것을 반으로 접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눈빛은 대체로 차갑고 건조하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든다. 선풍기 바람과 에어컨 바람이 다른 것처럼. 에어컨 바람은 차갑고 건조한 것이어서, 한 장의 천에 불과한 겉옷을 꼭 챙겨야만 했다. 차갑고 건조한 것은 때론 사람을 번거롭게 한다. 균열을 일으켜서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러한 짓은 하지 않는다.
밖은 너무 뜨겁고 아름다워 보인다. 에어컨을 켠 실내에서 보면 밖은 그렇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기 전의 마음은 그렇다. 따뜻하고 촉촉한 것은 에어프라이어에 넣기 전 초코 브라우니를 무척 닮았다.
나는 지금 언제 읽었는지 모를 책 모퉁이에 적힌 글자를 찾고 있다. 그 글자는 꽤 오래전에 쓰인 것인데, 언제 쓰인 것인지도 모르게 그것을 한참 품고 있었다. ‘날이 더 더워지면 찾아봐야지.’ ‘이일만 끝내면 찾아봐야지.’ ‘내년 초에는 해야지.’ 등등 미룬 것을 불현듯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책을 넘기고 오래전에 쓰인 글자를 찾는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지난봄에 압화 한 꽃이 갈색빛을 띠고 납작해졌다. ‘이 꽃의 이름은 뭐였지?’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봄에 한 일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내가 찾으려던 글자로 눈길이 간다.
책의 제목은 지워지고, 부제만 적혀있다. ’ 꿈과 흔적에 관한 ‘이라는 제목만 남겨져있다. 꿈과 흔적이라니, 낯설지 않은 조합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전혀 상관없는 단어의 연결이기에 연결해 볼 수도 있을 거 같다. 구멍이 뚫린 옷을 보면 실과 바늘로 꿰매볼 수 있듯이, 그렇게 말한 것은 늘 어머니였는데. 엄마는 기분에 따라 구멍을 매우시고는 작은 무늬를 만들기도 했고, 가지고 있던 천으로 구멍을 메꾸고 천의 둘레를 실로 감싸기도 했다. 부제에서의 꿈은 잠을 자면 찾아오는 꿈을 뜻할까, 언젠가 서랍 속에 남겨둔 이루지 못한 꿈을 뜻할까. 어찌 되었든 좋다. 꿈의 의미가 중의적이어서 부제를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흔적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