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화
누군가 태어난다, 그 아이에게 해줄 말이 있어?
응. 삶은 거창한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너무나 투명한 사실. 근데 그걸 천천히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고 싶어. 그렇지만 세상을 처음 살아보는 것처럼 감각하고 사소한 것에 환상과 신비로움을 느끼는 것은 때가 있는 거 같아. 나는 때를 다 놓쳤지만. 그러니까..
마음껏 부딪히고 멍들고 웃고 떠들 게 하고 싶어. 나중에 커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니까.
음.. 꽤 맞는 말인 거 같으면서도 먼가 확 와닿지는 않네. 어릴 때 많이 경험해 보고 감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래. 그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근데 너도 알아차렸다시피. 하루에 견뎌야 하는 사건을 견디고 나면 밤이 찾아오고, 과장하자면 벌써 한 계절을 보내줄 때 즈음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네.”라고 말하곤 하잖아
난 최대한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어.
자신이 산다는 느낌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나중에야 그것을 발견하고. 불현듯 살아간다는 것, 인간 존재가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 ‘아 그런 거였구나.’하고 깨닫는 순간이 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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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란다는 사실은 자라는 아이는 꿈에는 모른 채로. 아이를 키링처럼 달고 다니는듯한 아이의 엄마는 무신경하게 아이를 내버려 둔다. 카페에서.
아이의 엄마는 아이패드를 펼치고 아이에게 음료를 마실 건지 묻고 메뉴를 시킨 채 침묵을 유지한다. 아이의 엄마는 무언가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닌가, 에어팟을 끼고 그녀는 아이패드 속 강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웃음을 짓기도 한다. 아이는 여전히 엄마에게 장난을 하고 싶어 한다. 엄마를 쳐다보다가 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몇 분 후에 아이는 지루 했는지 카페를 나가 버린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패드 속 강사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아이는 이미 가고 없다. 아이는 어디 갔을까.
그리고 이내 아이와 엄마의 두 눈이 마주치고 아이는 푸하하 웃는다. 카페 창문 밖으로 아이가 달려가 창가 쪽에 앉은 엄마가 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이제까지의 무신경함을 거두고 어이없지만 귀엽다는 듯이 아이를 보고 함께 웃는다
아이의 슬리퍼, 아이의 슬리퍼의 짓이겨진 풀이 묻어 초록빛을 띤다. 내가 모르는 엄마의 다정함,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모녀의 시간을 주제넘게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