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8 일
금요일 오전 7시 15분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간다. 볼일을 보고, 다시 누워서 잠이 든다. 1시간 정도 더 잠이 든 후 시월이의 보챔에 잠에서 깬 후,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의 할 일들을 생각해 본다. 밝은 아침만큼 신나는 곡을 틀어둔 후 샤워를 하고, 옅은 풀색의 후드티를 입고, 레귤러 핏의 청바지를 입는다. 시월이의 사료와 물을 채워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한다. 발 뒤를 따라다니는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 엎드려서 장난을 친다.
의자에 앉아서 어제 일을 생각하며 짧은 글을 쓴다.
2025년 4월 17일
어젯밤은 다른 날 보다 어두웠다. 달의 오른쪽을 조금 찌그러트린 만큼 더 어두웠다. 집에 가는 길의 골목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나보다 높은 담장에 걸터앉아서 이미 쉬고 있었다. 이제 쉬러 가는 내게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되어 손을 내민다. 벽과 같이 그 손을 더듬어 보니, 누군가의 낙서가 있다. 하트모양 그리고 이니셜들. 찌그러진 달의 장난 같은 마음들. 이니셜을 쫓아가니 누군가 비벼 끈 담배꽁초가 박혀 있다. 높이로 보아 쭈그려 앉아서 피었나 보다. 전화 한 통이 울린다. 스팸 전화이고 받는다. 아무 말 없이 듣다가 끊었다. 형에게 들렸다.
내가 잘 곳으로 갔다. 찌그러져 떨어져 나간 달이 내 방을 밝히고 있었다. 널어놓은 듯 방안에 누워있는 정리되지 않은 내 것들. 이 지저분함은 끝나지 않는구나. 지맘대로 던져진 물건들의 그늘마다 각각 다른 하루들이 숨어 있다. 들키기 싫은 그것들이 내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죽은 듯이 죽어있었다. 다 버릴까.
베개 3개를 겹쳐 놓고 누워서 책을 핀다. 티비에선 유튜브 방송이 나오다가 광고가 나오고 있다. 타온 커피는 좌식 책상에 올려져 있고, 노트북에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발가락으로 리모컨을 누르니 티비가 꺼졌고, 책을 읽는다. 욘 포세의 샤이닝. 욘 포세의 글이 좋다. 글 하나하나에 심장소리가 들린다. 수 없이 반복하는 글들이 몽환적인 베이스 기타 리프 같다. 불안과 어둠을 계속 찍어 눌러놓은 글들. 혼자 웃는다. 이런 것들을 보며,
노트북에서 나오는 음악은 그의 글에 딱 좋을 닐스 프람의 곡들. 그의 모든 곡을 사랑한다. 어젯밤은 찌그러진 달빛 조각아래서 좋은 음악과 글을 읽다가 그렇게 잠들었던 밤. 오늘 밤도 닮길 바란다.
출근을 한다.
씨발, 바닷가나 가버리고 싶네. 아직 겨울이 남은 곳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