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형 씨 아버지께서는 생전 비 오는 걸 굉장히 좋아하셨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형 씨가 아주 힘들 때나 기분이 좋을 때, 그리고 작년 생일에도 비가 왔다고 해요. 북토크 날에도 비가 왔고요.
세형 씨는 하늘에 있는 아버지가 자기를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아 좋았대요.
픽사베이
그래서 유치한 생각을 해봤다며 들려준 이야기가 재밌어요.
하늘에서 열심히 일하면 아이템을 살 수 있고, 아버지가 열심히 아이템을 모아서
세형 씨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비 오는 날 아이템'을 쓰신다는 거예요.
어때요 여러분? 유치하지만 귀엽고, 싱긋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죠? ( ⁎ᵕᴗᵕ⁎ )
*
저도 장애인 동생과 살다 보니 이런저런 미신을 믿으며 살아가는데요. 오늘 두 가지 정도를 소개하려 해요.
'나만의 미신'을 만들어 마음 기댈 곳을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거든요. ୧( “̮ )୨✧
1. 동생은 전생에 대단한 장군이었다. 사람을 많이 죽였고, 그래서 다음 생에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우리 가족들은 전생에 동생에게 목숨을 빚졌기 때문에 이번 생에 이렇게 동생에게 헌신(?)하며 산다.
-> 이 미신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저는 처음에 이 이야기를 싫어했어요. 장애를 가진 동생을 돌보는 어머니께서 자기 삶에 당위성을 부여하려고 꾸며낸 이야기 같아서요. 근데 계속 듣다 보니, 전생이 있다면 일리 있는 말 같기도 하고.. 또 전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면 '그냥 있다고 가정해도 되겠네' 싶기도 하고요. SNS 보면 무속인이 '전생에 장군처럼 사람을 많이 죽인 사람들은 다음 생에 몸이 아프게 태어난다.'라고 말하는 글도 종종 보고.. 그러다 보니 익숙해진 것 같아요.
-> 근데 이게 은근히 사는 데 도움도 되더라고요? 동생 보느라 잠을 설치고, 못 자고, 하루종일 동생만 봐야 하는 날들도 있거든요.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돼!"라는 말이 나와요. 그럴 때 전생에 받은 것이 있다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누그러져요. "그래. 갚아야지." 하면서 다시 힘이 나요. 신기하게도.
2. 동생의 태몽은 용꿈, 누나인 저는 용띠, 그리고 외할머니도 용띠셨어요. 제가 갓난아기이던 시절, 갑자기 이유 모를 고열이 시작돼 엄마는 어쩔 줄을 모르셨대요. 그때 외할머니께서 소식을 듣고 급히 서울로 오셨는데요. 할머니께서 제 이마 끝과 손발 끝을 따니까 귀신같이 열이 내렸다고 해요. 문제는 그때 외할머니께서 뇌졸중 초기 증상이 있으셨다는 것. 서울집에서 지내는 동안 길도 잘 못 찾으시고 젓가락도 잘 못 집으셔서 병원에 가자고 몇 번을 재촉했지만 피곤해서 그런 거라며 거부하셨고, 시골에 갈 때 삼촌과 병원에 가보겠다는 약속을 하시고 떠나셨어요.
하지만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중풍이 심해져 그 길로 병원에만 계셔야 했죠. 그리고 몇 년 후 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엄마는 제가 승천하는 10월 용이고 할머니는 지는 용이라 네 기운을 이길 수 없었을 거라는 해석을 해주셨어요.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저는 할머니께서 저를 살려주시고 쓰러지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면서 마음이 안 좋아 늘 마음에 품고 있는 이야기랍니다.
->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 동생이 태어났으니, 저는 외할머니께서 동생으로 환생한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요. 엄마가 워낙 까다롭고, 예민하고, 몸도 약하게 태어나서 외할머니 손을 엄~청 탔거든요. 그때 외할머니 괴롭힌 거 지금 다 갚는 거라고, 그래도 쭈니에게 잘하면 복이 자꾸 들어오지 않냐고 엄마한테 이야기하곤 해요. 가끔은 설명 못하겠지만 정말 그런 느낌이 들어요. 닮은 구석도 많고요.
여러분은 미신을 얼마나 믿으시나요?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양세형 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약해진 사람들이 미신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영화 <3일의 휴가>도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백일장에서 4등 한 덕에 지상에서 딸과 휴가를 보낸다는 내용이잖아요. 유치한 상상이지만 그런 게 진짜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푹- 놓일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