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빛창가 Nov 04. 2022

AI가 나보다 글을 더 잘 쓴다

노벨 AI(NovelAI) 사용기

최근에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공모전에서 대상을 타자 예술계가 술렁인 적이 있었다.

작가는 '미드 저니'라는 AI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아래 그림이다.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소름이 돋았다. 정말 사실일까? AI가 저런 감성을 표현했다고....



AI가 침범한 예술의 세계는 비단 그림뿐 아니었다. 오늘, 우연히 스토리를 창작해준다는 노벨 AI(Novel AI)를 알게 되었다. 테스트 삼아 한번 AI와 같이 내가 썼던 소설의 일부분을 함께 써 보았다. 미국 서비스이기 때문에 영어로 번역해서 다시 그걸 한글로 번역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1) 그는 모델처럼 보였다. 190cm 정도의 키에 조각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2) 눈은 크고 눈썹은 짙었다. 파란색 렌즈에 검은색 안경을 썼지만 조금도 촌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1) 번 문장은 내가 쓴 문장이고 2) 번 문장은 AI가 쓴 문장이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쓴 글은 평범하고 일반적인데 AI가 제안한 글은 구체적이고 묘사가 뛰어나고 인물의 캐릭터까지 표현해주었다.


1) 어쨌든 그는 오늘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평소보다 용기가 생겼다. 조금 더 마음을 열기로 했다.
2) 이것이 운명의 신호인 듯 직감에 따라 기회를 잡기로 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바람이 시원했다.


역시 1) 번이 내가 입력한 문장이고 2) 번은 AI가 1번 문장을 분석해서 그에 어울리는 다음 문장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번 놀랍다.(해변산책은 니가 스스로 생각한거니?) 물론 어색한 문장이나 이상한 내용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면 다시 retry 명령을 내리면 새로운 문장을 가져온다. 계속하다 보면 맘에 드는 문장이 보인다. 내가 할일은 결국 pick하는 거밖에 없었다.(가져온 문장을 조금만 다듬으면 더 근사한 글이 된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내가 근 2주 동안 열심히 썼던 내 첫 소설은 AI의 글 앞에 속절없이 무릎 꿇었다. 앞의 두 문장뿐 아니라 거의 한 회 분의 내용을 테스트해봤는데 글이 훨씬 개성 넘치고 묘사가 풍부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들, 기사들을 분석한 빅데이터의 산물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계의 차가움이 아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문장을 내게 제시해주었다. 그것도 나보다 뛰어나게...


국내 최초의 AI 장편 소설이라며 작년 이맘때 떠들썩했던 작품이 있었다. <지금부터의 세계>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기획한 사람은 소설가 김태연 씨로 본인을 작가가 아닌 소설 감독이라고 지칭했다. 노벨 AI를 통해 실제 글을 써보니 소설 감독이라는 말이 딱 맞다. 대략적인 틀만 제시하고 문장은 내 맘에 드는 걸로 선별하는 작업, 바로 감독의 역할이었다. AI가 언젠가는 복잡한 계산이나 모델링 등의 분야에서 예술 분야까지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분명하고 구체적이게 그리고 이렇게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어색한 부분을 골라내거나 좋은 문장을 선택하는 등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이런부분도 정복될 것이다. 연애소설이라고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몇가지 버전의 연애소설을 써주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까지 간다면 과연 작가라는 것이 필요한걸까? 내가 읽고 싶은 주제만 몇가지 키워드를 넣어서 ai한테 써달라고 하면 될것 같은데...


소설을 써보겠다고 끄적이는 요즘 브런치에 올렸던 나의 졸작을 보며 한숨이 나왔는데 AI에게 한방 더 맞으니 완전 의욕이 바닥이 되었다. AI시대에 창의성만은 인간의 영역이라더니 그것도 이제 아닌 것일까... 인간 역시도 창작을 할 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으니 그럼 차이가 무엇인가 싶다.


창작의 영역에 AI가 끼어들면서 저작권 문제도 복잡해졌다. 똑같지 않고 비슷한 문장이라 표절이라 할 수 도 없고 AI가 가져온 글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리고 AI가 도와줘서 쓴 글을 진정 그 사람의 창작물이라 할 수 있을까?


인간 뉴런의 시냅스가 100조개라고 하는데 최근 세례 브라스라는 회사에서는 120조개의 파라미터를 처리할 수 있는 거대한 칩(웨이퍼 한 장을 그대로 사용)을 탑재한 소형 냉장고 크기 딥러닝 시스템인 셀레 브라스 CS-2(Cerebras CS-2)를 발표했다. 기술은 결국 인간의 뇌보다 우수한 AI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때쯤 작가들은, 화가들은, 음악가들은 어떤 자리에 서야 할까? 결국 소설 작가처럼 그림 감독,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소설 한 권 내보지 못한 초보 작가로서 다가올 미래가 기대되면서도 두렵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도 글을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