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죄송하다는 말 먼저 하고 시작할게요. 제가 너무 참을 수가 없어서 그만.. 네 저도 알죠. 이렇게 다들 나 하나도 살기 팍팍한 공간에서 다들 코로나로 힘든 시대인데 제가 더 열심히 참았었어야 했는데 글을 뀌어버려서 죄송합니다..
얼굴을 아는 사람 앞에선 창피해서 못 뀌겠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지만요. 오늘은 겨우 하나 남은 같이 일했던 반가운 병원 친구에게 몇달만에 전화가 걸려왔어요. 친구의 고민을 잘 나누고 마칠 때에 울먹이며 이제 앞으로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이는 ADHD인데 아직도 맞는 약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고 나는 아이가 좋아져야 경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상황이 좋지 않으니 내가 오히려 네게 힘은 못주고 힘만 빠지게 할 것 같아 미안하다고 연락을 하지 말라 했어요.
나는 나의 주변 사람들이, 나의 친구들이 나의 방귀로 인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는 대신 이렇게 넓디 넓은 인터넷에 브런치에 방귀를 뀌어요. 원래는 여기서도 뀌면 안되는 걸텐데,, 실례합니다만 방귀 좀 뀌어도 될까요? 그러니 행여라도 운이 나쁘게 실수로 제 글을 클릭하신 불행의 악취에 예민하신 분이 계신다면 얼른 나가세요. 제 불행이라는 방귀의 악취는 지독하게 지독했고 향후 몇년간도 지독할 예정이거든요. 방귀를 더 있는 힘껏 참지 못해 미안합니다.
따뜻한 글로 말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위로해 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진절머리 나는 현생에서 벗어나서 또 다시 진절머리 나는 브런치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 방귀 냄새는 아이가 병세에 호전을 보이고 그래서 제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친구에게 진 빚과 은행 빚을 갚고도 아이 방하나, 아이 공부책상 하나 만들어 줄 수 있을 때까지 향후 몇 년간 지독할 예정이라네요.
정말 정말 실례합니다만 브런치에 방귀 좀 뀌어도 될까요? 저도 안 뀌려고 하는데 아무리 힘을 내어 마음을 단단히 조이고 조여도 눈물이, 한숨이, 불행이 자꾸만 새어 나와요. 아무래도 벌써 실금을 걱정해야 하는 걸까요. 가끔은 방귀를 뀌기 위해 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저는 아무래도 불행하기 위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자꾸만 방귀를 뀌어대서 죄송합니다. 제 근처로 오지 마세요. 멀리멀리 도망가세요.
사랑과 재채기도 감출 수 없다지만
불행과 방귀도 감출 수 없네요.
언젠가의 좋은 날에 저도 좋은 걸 많이 먹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날이 오겠죠. 그러면 그 때에는 저도 꼭 향기로운 글다발로 따스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그때까지만 실례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