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터 써보세요!
무얼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글쓰기 실력이 느나요?
쓰려고만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하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세 가지를 떠올린다. 저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다상량이다. 생각이 많으면 많이 읽고 많이 쓰게 된다. 무수히 많은 생각을 다 소화하려면 어딘가에는 적어내려가고, 남의 생각을 많이 읽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쓰지 못하는 사람은 직언하자면 생각이 없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너 정말 생각이 없구나!'에서 쓰인 '생각'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상식, 개념이 없음을 의미하지만 여기서 생각이 없다는 건 그저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걸 말한다.
아무 생각이 없으면 글을 쓰지 말아야 하나. 그럴 리가. 생각이 없다는 건 글을 쓸 땔감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부족하다면, 채우면 될 일.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늘 리뷰나 감상문을 써보라고 한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 나의 바깥에 있는 콘텐츠를 내가 느낀대로 써보라고 말이다. 아무 생각도 없던 그 텅 빈 자리에 콘텐츠를 밀어넣어야 한다. (자세한 방법은 아래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리뷰가 일상이었다. 독후감이나 영화감상문을 많이 썼다. 일기는 잘 쓰지 않았지만(자기 반성이 없었던 편) 뭘 보고 나서 누군가한테 내가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해서 말해주거나, 내가 느낀 점을 줄줄 쓰는 걸 즐겼다. 체험학습을 다녀와서 보고서를 쓰라고 하면 남들은 3장을 겨우 채울 걸 10장을 채우더라면서 아빠는 영웅설화처럼 말했다. 분명 문장도 엉망이고 맞춤법도 틀렸을 테지만 그때부터 글쓰기 자질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 자랑이냐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나는 할말이 없었던 적이 없다. 그때는 할말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글을 다 쳐내는 연습을 더 많이 했다. 이 연습 단계의 얘기는 나중에 첨삭하는 법으로 찾아오도록 하고, 오늘은 내가 감상문을 통해 어떻게 글을 잘 쓰게 됐는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리뷰가 글쓰기 치트키인 이유 (1) 나를 알게 된다
어떤 글을 쓸 때 내 자신이 가장 많이 드러날까? 자기소개서, 일기 같은 '나'를 글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자기소개서는 내가 남들이 봐주길 바라는 나이고, 일기는 내가 바라보는 나만을 담기 때문이다.
리뷰는 어떨까. 어떤 대상에 대해 느낀 감정, 떠오르는 생각을 써놓은 글에는 화자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함께 드러난다. 리뷰를 읽고 어렴풋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올 때가 있지 않은가. 예시를 들어보자.
얼마 전에 나는 가수 권진아 콘서트를 다녀왔다. 글을 쓰는 나는 권진아라는 아티스트를 보면서, 나만의 예술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되지만 행복한가에 대해 생각했다. 공연 말미에 흘린 눈물을 보며 나의 예술을 세상이 알아주는 순간이라 기뻤을 것 같다고 짐작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관객은 어떨까. 장기 연애하던 애인과 헤어진 무명의 A씨는 권진아의 애절한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고, 비슷한 사연의 노래에 감동을 받았을 수 있다. 권진아를 데뷔 때부터 지켜봐 온 골수 팬 B씨는 뽀시래기 같던 최애가 올림픽홀에 입성한 사실에 크게 감격했을 지도 모른다. 다들 경험하는 바에 비추어 그 순간을 인지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ㄱ의 생각을 하는 사람, ㄴ의 생각을 하는 사람, ㄱ과 ㄴ을 동시에 생각하는 사람, 둘 다 생각하지 않고 재미로 넘기는 사람 모두 그 생각이 타당하다, 그르다라고 판단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면을 통해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찰나의 순간에 느낀 것을 감상문으로 쓰고 다시 읽어보면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사람인지 대강 감이 온다. 삶의 한 가운데에 있었을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그 감상문을 읽어보면 내 삶이 어떤 궤적으로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배달 리뷰만 보아도 그 사람의 성격이 느껴지기도 한다.
글쓰기는 그렇게 나는 알아가는 일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차곡차곡 써둔 글로 확인하는 일이 좋다. 물론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건 쉽지 않지만 감상문은 다른 글들보다 수월한 편이다. 일기에 쓴 좋은 감정도 흑역사가 되어 수치심이 들 때도 많지만 감상문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내가 감상한 콘텐츠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주고,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게 포착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은 또 다른 글쓰기의 연료가 된다.
리뷰가 글쓰기 치트키인 이유 (2) 관찰력이 생긴다
자, 분명히 내가 감상문을 쓰라고 하면 또 다시 "쓸 말이 없어요..." 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 이유는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콘텐츠를 보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나는 친구나 엄마아빠한테 내가 지금 보고 겪은 것들을 꼭 알려주리라는 다짐으로 중요한 부분을 기억해두려고 노력하면서 봤다. 콘텐츠를 편하게 보면 남는 게 없고, 힘들지만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보면 쓸 거리가 생긴다. 그렇게 신경 쓰면서 많이 보다 보면 애써 보려고 하지 않아도 관찰력이 생겨서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또 그걸 쓰면 된다.
리뷰가 글쓰기 치트키인 이유 (3) 글쓰기가 가벼워진다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하는 말들은 늘 소설이나, 에세이로 완결된 책 한 권을 잘 쓰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면 내 실제 글재주를 깨닫고 절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글쓰기와는 담을 쌓고 멀어지게 될 수도 있다. 달리기를 이제 시작한 사람이 15km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달리기가 그러하듯 글쓰기에도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그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리뷰 쓰기가 제격이다.
소설이나 에세이로 글 실력을 올리고 싶겠지만 그 과정은 너무 오래 걸린다. 홀로 글쓰기 사투를 벌이다보면 늘 스스로 자문하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리뷰는 자주 쓸 수 있고, 짧게도 쓸 수 있다. 내가 보았던 것, 몸소 느꼈던 것을 대강 살펴보고 주요한 부분을 추려내는 작업이라 정해진 분량도, 깊이도 없다. 리뷰를 계속 쓰면서 글을 마무리하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수십만 자 대서사시를 완성할 각오로 글쓰기에 임하다보면 기초 체력이 달려 그대로 고꾸라지기 일쑤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가장 최근에 접한 영화, 드라마, 책에 대한 감상문을 쓰는 거다. 그 어떤 콘텐츠도 보지 못했다면 나의 관심사에 대해 써도 된다. K-POP 아이돌 장원영에 대해서 써도 좋고, 콘서트에 다녀와서 느낀 점을 써도 좋다. 대신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담아서 500자 이상의 장문으로 쓰길 바란다. 그보다 적게 쓰면 글쓰기 기록은 쌓이지만 실력은 제자리걸음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을 리뷰할지 모르겠다면?
기록이 재료 쇼핑이라면 리뷰는 요리다. 재료는 이미 충분히 쌓여 있다. 1000장 넘게 찍어놓고 한 번도 다시 열어 보지 않은 여행 사진 폴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읽겠다고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에 ‘복붙’ 해둔 수많은 영감 링크들. 이 모든 것이 재료다. 이제 남은 건 의미를 만드는 일이다. 이달의 기념품으로 챙기고 싶은 순간을 선별하고, 그 경험을 어떻게 요리하고 소화시킬 것인지 정한다. 김혜원, <나를 리뷰하는 법>
나도 사실 타인이나 콘텐츠를 리뷰하는 건 잘하지만 스스로를 리뷰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잘 돌아보는 사람이 당연하게도 성장하고, 나아가고, 대단해지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는 데에는 의심이 없다. 글감이 없거나, 스스로를 잘 모르겠거나, 남들 사이에서 나 자신의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고 그대로 쭉 나를 리뷰해보는 걸 추천한다. 한 자리에서 줄줄 읽어가면서 완독할 필요도 없이, 내가 관심 가거나 시도해보고 싶은 리뷰 주제를 목차에서 찾아 먼저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리뷰하다보면 스스로를 잘 아는 당신이 되어 어느새 잘 쓰는 당신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다음 편에서도 리뷰쓰기에 대한 얘기는 계속된다. ~~을 봤다. 재밌었다. 끝으로 감상문을 마무리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욱 풍부한 표현과 독특한 시각으로 나만의 감상문을 쓰는 법을 정리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