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TO DO & NOT TO DO
잘쓸맘있 시리즈도 벌써 10편이라니. 최근에 올린 것 중에서는 어버이날 편지 쓰기가 가장 유입이나 반응이 좋았는데, 성원에 힘입어 오늘은 연애 편지 쓰는 법을 가져왔다.
손편지를 잘 쓰는 것만큼 상대에게 나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한 사람의 말하기 방식, 생각, 필체 등 다양한 것을 한꺼번에 알 수 있는 것이 손편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손편지를 자주 쓰는 편이다. 물론 고백은 다 직접 만나서 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대뜸 편지를 줬다. 내 감정을 전혀 모르는 상대라도 편지에 '좋아한다'는 문장도 없이 일상 얘기만 써서 줘도 '어, 얘 나 좋아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 손편지다.
연애를 지속하고 있다면 손편지만 한 감동 이벤트가 없다. 나는 종종 아무 기념일도 아닐 때에 편지를 써서 데이트 때 주곤 했다. 둘이 같이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 편지를 꺼내서 주는 것이다. 꽤나 용기가 있다면 직접 읽어주면 효과는 배가 된다. 읽기나 쓰기에 미숙하더라도 누군가 나를 위해서 편지를 써서 읽어주는 일은 인생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 편지 쓰는 법 코칭을 쓰려니 스스로가 픽업아티스트ㅋ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 순 없지만... 집착과 사랑을 구분할 줄 아는 어른이지만 막상 손으로 편지를 쓰려니 할말이 뚝 떨어져버린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연애 편지 팁을 정리해봤다. 상대를 100% 꼬시는 법 이딴 거 아니니까 그런 게 필요하다면 다른 블로그에서 알아보시길.
서론은 여기까지하고, 지금부터 상대에게 진심을 전하는 연애 편지에서 쓰면 좋을 내용(감동 100% 보장), 절대 써서는 안될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봤다!
연애편지, 뭐라고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다짐은 했어도 막상 흰 편지지를 보고 있으면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때가 많다. 아무 얘기나 적었다가 그 사람이 싫어하면 어쩌지? 그렇다고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만 편지에 가득 적으면 성의 없어 보일 텐데 어쩌지? 고민하고 있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1) 구글에 '엄마 아빠 연애 편지'를 검색한다.
구글에 '엄마 아빠 연애 편지'를 검색하면 지금처럼 문자, 카톡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주고 받던 서신 내용을 볼 수가 있다. 이는 아주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다. 오그라들고 어색한 문장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마음이 따뜻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데다 과감하고 당찬 구석이 있어서 편지를 쓰는 게 어색한 사람에게 연애 편지는 이래야 한다!는 귀감이 되어 준다. 물론 그대로 따라 쓸 수는 없겠지만 연애 편지가 전하고자 하는 감성을 충분히 체화할 수 있다.
(2) 일상과 상대를 연결 짓기
(1)에서 눈치 챘겠지만, 부모 세대에는 지금처럼 자주 연락할 수 없어서 요즘의 근황을 전하는 문장이 많다. 이러이러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일상 속에서도 당신이 보고 싶다거나 생각난다는 식으로 이어진다. 평소 문자나 카톡으로 연락하고 지내도 뭐 먹었는지, 어디 가는지는 얘기해도 상대가 묻지 않았는데 내 일상을 아주 세세히 알려주기 어렵지 않은가. 그런 내용을 상대와 연결 짓는 것이다.
날씨 감상도 좋고, 공부나 회사 일에 대한 간략한 소회도 좋다. 내가 요즘 이러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그때마다 상대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 또는 상대와 떨어져 아쉽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는 요즘 내가 즐기고 있는 취미나 음식을 말해주면서 함께하고 싶다- 등을 세세하게 적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3) '너의 의미'를 설명하기 *감동 보장
일방적으로 나의 사랑을 표현하는 건 받아들이는 상대에게 감동보다 부담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네가 이런 사람이라서 좋아한다라고 설명하는 건 고백이라는 허울을 쓴 설득이다. '내가 너를 이만큼 좋아한다는 걸 너도 꼭 알아야 해', '너도 뭔가 나에게 특정 감정을 갚아주거나 그 모습을 유지해야 해' 라는 메시지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풍길 수도 있다. 연애 중이라면 이런 내용도 괜찮지만 알아가는 단계에서 쓰는 편지라면 이 부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 산울림의 '너의 의미'라는 노래가 있다.
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그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모든 것은 내게로 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
노랫말 전체에 상대를 사랑한다는 말, 좋아한다는 말이 하나도 없지만 이 노래가 사랑 노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네가 스치듯 했던 말,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가 되고 너의 쓸쓸한 뒷모습 마저도 나에게는 뭔가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 된다 - 라는 표현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연애 편지에서도 중요한 대목은 바로 상대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사람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네가 어떤 사람이라 좋다고 단정짓기보다 내 안에서 너는 이런 의미의 사람이라는 걸 말해주는 게 좋다. 사람은 모두 의미 있고 싶다. 특별하고, 또 다른 누구로 대체될 수 없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는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야' 라는 걸 어필하는 문장은 어떻게 쓸까? 상대를 만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상대에게서 본받고 싶은 점, 그로 인해 겪은 나의 긍정적인 변화를 찬찬히 기술하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편협하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알면서 좁은 세계를 확장해나간다. 상대는 익숙하지만 나는 처음 경험한 음식, 옷 스타일, 취미, 가치관 등등이 존재할 것이다. 그 사람에게는 당연한 삶의 조각이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고, 앞으로도 상대와 함께 그런 경험들을 지속하고 싶다 - 라는 마음을 솔직하게 쓰면 된다. 상대가 나에게 해준 말과 행동, 그것이 나에게 준 울림을 서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쓰면 안 되는 내용
다툼을 회상하거나, 미안하다고 사과하기
안 좋은 기억은 제발 글자로 남기지 마라. 두고두고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하기
연애 편지가 각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적지 마세요. 영원히 사랑할게~ 이런 허황되고 로맨틱한 약속만 OK입니다.
삭막하고 현실적인 상황
연애 편지에 구구절절 신세 한탄하는 사람도 봤다. 내가 이렇게 힘든 상황이지만 너를 사랑해, 라는 위기극복 시나리오를 쓴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좋은 내용도 많은데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옥중편지도 아닌데 굳이 현재의 안 좋은 상황을 구구절절 써야 할까? 아니라고 본다.
??? : 노래 가사나 시를 인용하는 건 어때요?
이건 정말 취향의 영역이다. 편지에 인용된 구절에서 감동을 느끼는 사람 절반, 그렇지 않은 사람 절반으로 나뉘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최대한 넣지 않는 게 실패 확률을 낮추는 편지 쓰기라고 생각한다. 정말 정말 내 마음을 후벼파는 구절이 있다면 넣어야겠지만.
노래 가사는 대중 가요일테니 너무 많은 내용을 시처럼 한 줄 띄고 한 줄 띄는 식으로 넣기보다는 따옴표를 써서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인용하는 게 낫다. 시는 시를 인용하기보다는 해당 시가 있는 시집을 사서 그 시가 있는 페이지에 편지를 끼워서 선물해주는 방식을 권한다.
무엇보다도 현학적으로 좋아보이게 쓰는 편지보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가 당연히 더 좋다. 나는 습관적으로 편지를 쓰는 사람으로서, 상대에게 편지를 전하는 게 얼마나 다정한 일인지 자주 실감한다. 몇 년에 한 번 편지로 거국적으로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생각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종이에 눌러담아보자. 나도, 상대도 이 관계에 더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