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ME TO ME
누구나 살다보면 힘든 시기를 겪게 마련이다. 그 순간을 견뎌낸 사람들은 각자 제 몸에 맞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못 이겨 내고 힘들기만 하다면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일 뿐이다. 세상에 치이고 힘들 때 나는 글을 쓰거나, 코인노래방에 가서 고음 노래를 내지르거나,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는 무수한 방법을 동원했다. 오늘은 그중 나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흔적을 남긴 '나에게 편지 쓰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나에게 할 말이 제일 많다. 지금은 내가 내 이야기를 아주 많이 들어줬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은 덜고 싶은 마음으로 남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내가 쓴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봐주는 건 아니잖나. 봤으면 하는 마음과 봐주지 않는 현실이 맞부딪칠 때 나는 다시 제 1청자인 나를 생각했다.
� 나한테 편지 쓰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데?
사실 나도 인생을 그렇게 길게 살아보지를 않아서 나에게 편지 쓰기가 슬럼프에 특효약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내가 지금껏 경험하고 지켜본 슬럼프는 세상 사람들이 나를 하나도 몰라주고 인정 받을 수 없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누구나 인정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데, 그 누구도 응답해주지 않는 것 같을 때 말이다.
세상에서 나만 나를 제일 알아준다
내가 세상에서 나를 제일 잘 안다
두 문장 모두 내가 나를 잘 안다라는 의미를 담은 문장이지만, 그 본의는 전혀 다르다. 세상에서 나만 나를 알아준다 - 라는 생각은 나를 외롭게 한다. 혼자 동떨어진 느낌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도태되는 것만 같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라는 말은 어떤가. 내가 겪어온 과정, 그 속에 심겨진 나의 의도, 면면의 나를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나설 수 있게 되는 준비를 마치는 쪽에 가깝다.
유퀴즈 143화에 출연한 방송인이자 패션 유튜버인 김나영 님이 무작정 파리로 떠나던 과거를 회상했다. 파리 패션 위크에서 멋진 패션으로 현지 매거진에 실리게 되고, 그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현재 패션 업계에서 자리 잡기까지를 쭉 회고했다. 인터뷰 말미에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던 시절 무작정 파리로 떠난 자신에게 영상편지를 남기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김나영 님을 오롯이 아는 건 김나영 님 뿐일 것이다. 방송에서 언급된 일 말고도 그를 관통하거나 빗겨나간 일들 또한 그에게만 남겨져 있다. 겪어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나를 아는 건 나뿐이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 내가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말이다. 게다가 내 밖으로 나간 말과 행동도 내 의도와 다르게 곡해되기도 한다. 결국 진짜 나를 아는 건 나 뿐이다.
나에게 편지를 쓰는 건 세상이 충족해주지 않은 나를 다독이고, 조금 더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면 일단 내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 시리즈의 다른 콘텐츠와 달리 이번 콘텐츠에서는 잘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기보다 나에게 편지 쓰기를 시도해보라는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것도 글쓰기에 꼭 필요한 조건이 나를 앎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 어떻게 쓰는데?
노하우랄 것은 없고 내가 쓰는 방식을 소개해보겠다.
어차피 나만 볼 것이기 때문에 내가 제일 좋은 방식으로 쓰면 된다. 한글파일에 저장하고 싶으면 저장하고, 아니면 아이폰 메모 노트에 휘갈겨 써도 된다. 나만의 룰은 아래와 같다.
1. '유빈이에게' 라고 시작한다.
내가 내 이름을 부르는 일이 부끄럽다면, 다른 이름을 불러도 좋다. 하지만 스스로를 명명하다보면 나 자신에 대한 객관성이 확보되어서 편지가 더 잘 써진다.
2. 누구한테 보여주기는 부끄러워서 무더기 한글파일이 있는 곳에 저장해둔다.
3. 저장한 글은 그대로 내 머릿속에서 사장시킨다.
감정이 과잉되어 주체할 수 없을 때 글을 찌끄리면 바로 그 감정은 잠잠해진다. 글쓰기의 효용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끄러운 일을 만들지 않아도 내 감정을 고스란히 어딘가에 담아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다 쓰고 나면 거들떠보기도 싫어져서 다른 파일들이 많은 폴더에 묻어버린다.
4.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다른 글을 찾다가 눈에 채인다. 그 때 한 번 열어본다.
과거의 나 > 현재의 나이든, 현재의 나 > 과거의 나이든 시점이 달라져도 상관 없지만 나에게 효과적인 건 과거의 힘들었던 내가 미래의 나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내가 얼마나 내면적으로 성숙해졌는지 깨달으면서 효능감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어떻게 쓰라는 건데? 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2022년 2월 6일 밤 내가 미래의 나에게 썼던 글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