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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제 Oct 07. 2024

"내 옆에서 걸어라."

- 요양원 '효(孝)사랑 놀이마당'에 다녀와서 -

어머니께서 요양원에 입소하신 지 딱 2개월이 지났다. 요즘 내 머릿속의 생각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내 머릿속 90%를 차지하던 어머니 걱정이 30%로 줄었다. 나머지 70%는 브런치 스토리와 가족 걱정 등 머릿속의 여유공간이 조금 생겼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소하여 다소 평온한 시간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요양원에서 어머니가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심야에 화장실 다녀오시다가 바닥에 미끄러져서 침대 모서리에 턱을 부딪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무 죄송하다고 몇 번이고 사죄한다. 나는 매주 일요일 요양원을 방문하는데 무척 당황스러웠다. 일단 매주 일요일 방문하는 요양원에는 1주일 쉬기로 한다. 부딪쳐서 피멍이 든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 나도 속상할 수도 있고 요양사님도 무척 미안해하실 것 같다. 다행히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 피멍도 줄어들 것이고 그때 더 반갑게 만나면 되는 것이다. 나는 문자를 보냈다.     


“늘 신경을 써주시고 보살펴 주시는데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 들은 갑작스럽게 넘어져서 다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요양원에 모시다 드린 것이고 혼자 집에 계시니 집에서 갑작스럽게 다치면 응급 대응이 안 되는데 요양원에서 늘 돌보아 주시는 요양사님들이 계시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너무 심려치 마시고 얼굴에 피멍이 잘 빠지는지 지켜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요일 방문은 1회 쉬고 다음 주 요양원에서 주최한 가을운동회 같은 ‘효(孝)사랑 놀이마당’에 참여하였다.      

< 효사랑 놀이마당에서 한 바탕 신나게 노시는 어머니를 보고 **전문요양원에 입소하시길 잘했다고 판단하였다. >


< 요양원은 보호시설일까? 교육기관일까? >   

  

예전에는 요양원이 보호시설인 양로원의 개념이었다면 내가 바라보는 요양원은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많아 제대로 인지활동과 신체활동이 부실한 어르신들을 신체 능력과 인지능력을 유지관리시키는 교육기관이다. 특히 어머니가 다니는 **전문요양원은 그러하다. 어머니께서는 비교적 잘 참여하신다. 잘 적응하셔서 통증도 완화되고 표정도 밝으시다.      


나와 교육기관과의 관계는 평생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교육기관과 나의 관계도 변했다. 학생을 시작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교사가 되었고 오랜 시간 교육기관에 근무하여 교장이 되어 관리자로서의 무거운 짐도 지어보았고 퇴직하고 다시 요양원에서 어머니 보호자의 신분이 되었다.      


노후의 삶이 인간적인 고귀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요양원이 대안일 수도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요양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어르신들은 대부분 요양원에 가면 죽을 때까지 사회와 격리되고 심지어 방에 갇혀서 지내야 한다는 인식이 많다. 그래서 요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강하게 저항하거나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러한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전문요양원을 여러 번 방문하고 난 뒤 나는 확신하였고 요양원과 가족의 협업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 진주 베이킹하우스에서 동아리 활동하시는 모습,  요양원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따라 하신다. >

 

< 내 옆에서 걸어라, 우린 하나가 될 수 있다.>     


요양원에 어르신들을 맡겨만 두고 나 몰라라 하면 절대 좋은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다. 요양원과 보호자가 서로 관심과 소통으로 요양원을 보호시설이 아닌 멋진 교육기관으로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호자는 민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호자는 요양원의 성장을 함께 책임져야 할 주체이다.      


내가 퇴직 전 관리자로서 학교경영도 마찬가지였다. 학교경영에서 내가 제일 강조한 것은 ‘학생 자치’와 ‘학부모의 학교 참여’였다. 학부모가 민원인이 아니고 학교 발전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학생 자치와 학부모학교 참여에 나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학생 자치실을 별도로 마련해 주고 컴퓨터와 회의실까지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어 주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인프라가 아니라 학생들의 자치 역량이었다.      


학부모학교 참여를 위해서 나는 ‘사람책’ 사업을 추진해 보았다. 학생과 마을 어르신과 학부모 3명이 한 조가 되어 ‘사람책’을 만드는 사업으로 1천만 원의 사업비도 받아 야심 차게 추진해 보기도 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는 만들어 내지는 못해도 의미 있는 교육사업이라고 자찬하고 싶었다.      


미국 원주민인 유트족 잠언(箴言)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내 뒤에서 걷지 마라.

내가 이끌 수 없을지도 몰라.     

내 앞에서 걷지 마라.

나는 따를 수 없을지도 몰라.     

내 옆에서 걸어라.

우린 하나가 될 수 있을 테니.     


화목하고 잘되는 집안에는 훌륭한 가장(家長)에 앞서 잘 단합되고 관심을 가지는 가족 구성원들이 있다. 직장과 나라도 마찬가지다. 함께 걸을 때 조직은 발전한다고 믿고 있다. 절대로 혼자서만 가도록 방관하고 내버려 두지 말고 요양원과 보호자가 함께 걸어가야 서로 교학상장(敎學相長)하게 된다.


< **전문요양원에서는 추석이벤트 행사와 요양사와 어르신들이 서로 맞절을 하고 있다. >


< 내가 본 **전문요양원은? >     


요즘에는 SNS가 발달하여 후기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요양원의 경우에는 사용자인 어르신들의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놀이마당과 간담회에 참여하여 보호자들의 의견과 직원들의 표정과 태도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곳의 직원들은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주요한 행사에는 빠짐없이 이벤트를 진행해 주신다. 생일잔치, 추석 이벤트, 가을 놀이마당, 봄 소풍, 동아리 행사 등등     


또한 요양보호사의 자존감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요양원에서 활동하는 사진을 보내주시는 팀장님과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서 요양원에 근무하는 것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신념과 사명이 없다면 근무하기 힘든 곳이 요양원이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시는 어떤 보호자는 자녀를 요양원에 간호사로 취업을 시켰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근무하는 요양시설에 자기의 시부모를 입소시켜 보살피시는 요양사도 계셨다. 요양원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요양사 직원들이 부모나 시부모인 가족에게 입소시키거나  자녀에게 취업하기를 권하는 요양원이니 **전문요양원에 대한 신뢰가 더 생긴다.     


'효(孝)사랑 놀이마당'이 끝나고 보호자 간담회에 참가하였다.

원장님의 경영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와의 단절을 최소화하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완화해 주려고 중점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동아리 활동이라고 한다. 다양한 동아리가 존재하였다. 지역축제와 장나들이 동아리, 게이트볼 동아리, 꽃꽂이 동아리, 레고 쌓기 동아리, 케이크 만들기 동아리, 도자기 만들기 동아리, 가요 부르기 동아리, 미술 동아리, 댄스동아리 등이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은 평생 가지만 치매노인들의 기억은 반나절도 못 간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에게 자존감을 높여주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무척 감동이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다고 한다. 많은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 남은 인생이 얼마 되지 않는 어르신들의 삶의 고귀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참 고맙게 느껴진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가 혼자 격리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매주 일요일 면회 방문한다.  >


  < 요양원의 진정한 교육공동체를 꿈꾸며...>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오래된 교육계의 격언이 있다. 또한 교육학자 블룸(B.S. Bloom)의 이론에 따르면 교육의 역할에서 수업의 질은 25%이고 본인의 지적행동 50%, 정의적 행동 25%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의 역할은 미약하고 본인의 마음가짐과 가정의 역할이 훨씬 더 크다는 교육이론도 있다.  

     

좋은 요양원을 선택하는 4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

1. 장기보험 요양공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곳

2. 자주 방문하기 좋은 집에서 가까운 곳

3. 식사와 프로그램 내용이 좋은 곳

4.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곳     


이  4가지 조건을 모두 다 갖춘 곳이 **전문요양원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전국 최우수 요양원이 되기 위한 조건이 한 가지 더 있다.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하는 원장님의 철학과 그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요양사 선생님의 헌신이다. 요양원은 교육기관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 본인 그리고 보호자의 참여와 관심, 그리고 원장님과 요양사선생님들을 비롯한 73명 직원의 헌신이 어우려 저 **전문요양원이  장기요양기관평가 전국 최우수기관  A등급(2023.02.28)의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고 믿고 싶다.  


미국 원주민 루이세뇨족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대지가 네 말을 듣고 있고

하늘과 숲과 우거진 산이 너를 지켜보고 있다.

네가 이 사실을 믿는다면

너는 온전한 어른이 될 것이다.     

 

요양사-보호자가 함께하는 진정한 교육공동체를 꿈꾸며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전국의 모든 요양사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P.S. 사진설명  :  요양원에서 실시한 '효(孝)사랑 놀이마당'에서 직원들의 공연모습이 참 인상적이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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