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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쥐의 서울 16배 즐기기 "5편"

"나의 선거는 끝이 났지만, 이 나라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by 올제 Mar 21. 2025

갑작스러운 꽃샘추위가 급습한 지난 일요일부터 짧은 일정으로 서울을 다녀왔다. 즐겨 이용하던 '서울도보여행해설프로그램'을 예약하지 않고 당일 상황에 따라 적절히 다니기로 하였다. 요즘 정치 시위가 한창이다. 평소 정치시위에 무관심한 나였지만 이번에는 현실정치를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며 우리나라의 시국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 현실정치 참여해 보기 >     


나는 진보, 보수 또는 좌익, 우익이란 단어로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을 구분 짓는 것을 거부한다. 사람의 성격을 두 가지로 분류하지 못하듯이 정치적 성향도 두 가지로 나누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정치의 관점으로 구분하자면 ‘개혁 주의자'와 ‘안정 주의자'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경제의 관점에서 구분하자면 "복지 주의자"와 "성장 주의자"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나는 정치적 성향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나는 늘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보수, 중도진보였다. 그러나 어린 시절 다소 유복하게 자랐고 엄친아에 가깝다는 인식이 많아 나도 모르게 나의 지인들은 나를 보수주의자라고 분류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와 스포츠가 닮은 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치열한 경쟁

둘째, 공정한 룰

셋째, 깨끗한 승복

이 세 가지는 스포츠와 정치의 기본 원칙이다.     


2016년, 힐러리는 트럼프보다 200만 표 앞서고도 미국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아픔을 딛고 승복연설을 하였다. 승복연설인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 이별사는 간단했지만, 감동적이고 인간적이었다.    

      

“선거기간에 나에게 신념을 불어넣어 준 젊은 여성들이여. 난 당신들의 '챔피언'이었다는 사실보다 더 자랑스러운 게 없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모든 소녀들이여. 그대들은 꿈을 좇고 이루기 위해 모든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하고도 파워풀한 존재임을 절대 잊지 말아 달라.”     


그는 트럼프에 대한 예의를 갖추며 부탁도 곁들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나의 선거는 끝이 났지만, 이 나라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라고 강조하였으며, NBC방송 '모닝 조' 진행자인 조 스캐보로는


"선거는 패배했지만, 그녀는 내 딸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1987년 6월 29일 집권당 민주정의당의 대표위원 노태우가 전격으로 발표한 6.29 선언을 했을 당시 군대에서 제대한 복학생이었다. 그리고 나는 치열하게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6월 항쟁 시기에 시위에 참여한 적도 있었다.


이번 서울여행에서 민주당 입장으로 도보 행진을 지켜보았고 국힘당의 입장에서 헌법재판소 앞 시위대의 분위기도 느껴보았다.


지대(地帶)란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한정된 일정 구역을 말한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정치지대(地帶)가 민주 세력과 군부세력의 두 지대(地帶)가 맞붙어 다툼을 하였다면, 지금의 두 地帶는 민주당이 만든 운동권 地帶와 국힘당이 만든 학벌의 地帶가 서로 충돌하여 맞서는 형국처럼 느껴졌다. 두 지대의 진영에서는 서로를 극우, 극좌라면 부르면서 극한의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동체의 善에 기초하며 공동체의 善은 도덕적 참여 정치로 완성된다”라고 하였다. 도덕적 정치 참여가 이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의 중의 하나임에 분명한 것 같다. 진보단체, 보수단체의 시위현장을 지켜보면서 탄핵인용과 탄핵기각(각하) 중에 어떤 선택이 공동체의 선에 부합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앤 드루얀 『코스모스』의 코스모스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가 이 글을 쓰는 현재, 세계의 민주주의는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나 지구에는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곳에서는 모든 개체가 제 목소리를 낸다. 부패란 없다. 공동체는 일단 토론으로 모든 합의를 끌어내면 반드시 그 결정대로 행동한다. 꿀벌들이 모인 곳은 늘 그렇다. (256page)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 또는 기각(각하)의 판결이 곧 이루어질 예정이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여야의 정치인은 모두 깨끗하게 승복하고 오랫동안 국민의 존경을 받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많은 국민은 탄핵선고 이후의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다.               

< 진보단체, 보수단체의 시위현장을 지켜보면서 어떤 선택이 공동체의 善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


< 별마당도서관에서 책 보기, 그리고 공간혁신 프로젝트 >     


이번 서울여행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지고 갔다. 혹시나 여유시간이 있다면 오며 가며 버스 속에서 또는 호텔에서 짧은 구절이라도 천천히 되새기며 다시 읽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짧은 일정으로 가는 서울 일정에 책을 읽을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여 내가 가지고 간 책은 짐만 되고 말았다.  

    

대신 별마당도서관에 갔다. 나도 별마당도서관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고 즐기는 지적 허영심을 누려보고 싶었다. 세상에는 뷰 맛집도 있듯이 책 맛집도 있다. 분명 별마당도서관은 내가 아는 최고의 책 맛집 중 한 곳이다. 자리를 잡지 못해 30분 동안 서성였다. 2층 책 맛집에서 빈자리를 차지하고 40분여 동안 책을 읽었다. 『안철수의 서재』, 그리고 『제주 아름다움 너머』 두 권을 가볍게 넘겨보면서 읽어보았다. 더 이상의 시간은 민폐라고 생각되어 자리를 내어주었다.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친다
그리고 진정으로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안철수의 서재에서-

 

내가 퇴직 전 마지막으로 근무하던 소규모 시골 학교에서 전교생을 인솔하여 서울로 수학여행을 온 적이 있다. 수학여행을 기획한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서울 수학여행의 첫 코스가 별마당도서관이었다. 별마당도서관은 책으로 나의 온몸과 머리를 둘러싸고 있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책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만큼 신선하고 멋진 충격적인 곳이었다. 벽면을 둘러싸고 있던 책들을 꺼내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 책으로 인해 독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책이란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상식을 뒤집은 멋진 공간이었다.      


그리고 가을 수학여행을 마치고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의욕적으로 시행하려는 '공간혁신 프로젝트'에 기획서를 내고 도서관을 별마당도서관처럼 꾸며보려는 야심 찬 계획을 준비하였다. 나는 경상남도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우리 학교가 공간혁신을 하여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의지를 알리기 위해 교육청 메일로 홍보를 열심히 하였다. 마침내 경상남도 공간혁신 프로젝트 1기 대상학교에 선정되었고 나는 내가 꿈꾸던 별마당도서관을 완성해 나갔다.


 외부 시설은 건축업자들이 완성해 주었는데 문제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어떻게 책을 진열하느냐와 어떤 책을 진열하느냐가 문제였지만 이 모든 것은 시간이 제일 많은 학교장인 내가 직접 학교 주무관과 함께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서 한 권씩 한 달에 걸쳐 완성하였다. 아쉽게 홍보동영상에서는 복도에 전시한 책을 보여주는 진짜 도서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 보람차고 의욕적으로 교직생활을 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추억의 동영상을 지금도 가끔 보면서 미소를 짓곤 한다. 


언제나 나의 영혼을 다 바쳐 근무하던 곳이 나의 직장이었다.  


야로중학교 홍보영상

(2019) 야로중학교 행복학교 홍보영상 - YouTube

(2020)  야로중학교 행복학교 홍보영상 - YouTube

< 별마당 도서관은 책 맛집이다. 이런 멋진 뷰를 가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이다. 책 읽을 맛 난다~ >  

       


표지 사진 설명: 3월 17일 폭설이 내린 국회의사당 앞 동상모습이다. 청동으로 제작된 동상은 평상시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는 이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나 눈이 오면 흰 눈을 맞은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태평성대에서는 우리의 삶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선조들의 희생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라가 어지럽고 힘들 때면 선조들이 지켜낸 나라를  다시 생각한다. 예전에 선조들의 그러하였듯이 우리도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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