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부담과 배려 같은 것들..

쉽게 그만두진 못하는..

by 박냥이

나는 나 스스로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일자체를 애초에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게 타인에게 배려가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쓸데없이 느껴질 때도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운전을 할 때 일정 부분 남의 양보가 필요한 차선 변경 같은 경우에도, 익숙한 경로를 주행할 경우, 차선 변경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해야 한다면 미리 여유 있을 때 해놓는 편이다. 이것도 남에게 받는 호의의 일종인지는 모르겠으나.. 괜히 남의 차 앞에 끼어드는 것이.. 좀 꺼려진다. 정확히 말하면 뭔가 낯부끄럽달까? 아마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이 한몫해서 그런갑다. 그냥 내차가 민폐같이 느껴지면 얼굴에 열이 확 나는데, 단순 차선 변경(특히 여의치 않게 정체구간에서 변경해야 하거나 길을 잘 몰라서 정지선 끝까지 와서 차선 변경 시에)도 이런 느낌을 유발할 정도다.


그리고 택배가 잘못 오면(이런 일은 거의 없지만).. 보통 택배 포장지 자체에는 기사님 번호가 없는 편이라, 떡하니 적혀있는 실수령자의 연락처로 연락하기보다, 고객센터-ARS 서비스.. 이런 귀찮은 과정을 거쳐서 해당 택배기사님께 연락드린다. 이렇게 스스로 번거롭게 하니 엄마가 한 소리하시긴 했다. 뭐, 어떻게 하랴.. 일면식도 없는 실수령자에게 연락하기가 더 부담스럽다.


뭔가 편의점에서 물건 같은 것을 살 때도, 특히 많은 품목을 살 경우에 아르바이트생이 비닐에 다 담는 것도 가만히 지켜보지 못한다. 굳이 나서서 나도 조금씩 담는 편이다. 오래전 편의점 알바를 해봤지만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어느 쪽이 나은진 모르겠지만.. 떡하니 '갑'행세를 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불편하다.


목욕탕에서는 벽 샤워기 앞에서 내가 흘려보낸 샴푸, 바디워시 같은 것이 다 흘러갈 때까지 물을 틀어 놓는다. 괜히 누가 넘어져서 손해배상 청구할까 봐, 이런 류의 안 해도 될 걱정도 평소에 꽤 많이 한다.


주차하거나 차를 뺄 때도 근처의 차가 나 때문에 몇 분이라도 기다리고 있으면 좀 부담스럽다. 반면 나는 상대를 잘 기다려주려고 하는 편. 남에게 받는 호의는 부담스러워서 내가 남에게 베푸는 호의도 뜨듯 미지근한 온도의 선에서 베푸는 편이다. 뭐, 이런 것을 츤데레라고 하던가..

누가 나에게 고마워하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이랑은 상종하지 않는 변덕스러움이 있다.


카페에선 괜히 남은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가는 게 눈치 보여 우연찮게 가져온 텀블러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고 텀블러가 없을 땐, 음료를 버리고 가진 않고, '죄송하지만'하며 포장을 요청하는 편이다. 평소 커피를 천천히 마신다.

예전에는 외식을 하면 내가 앉은자리를 어지르고 가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휴지 한 장이라도 아껴 쓰려고 한다. 의자 같은 것도 굳이 연인이나 가족 것까지 손 닿는 한.. 다 밀어놓고 온다. 한편으로 같이 먹은 이들이 나처럼 좀 알아서 해주길 내심 바라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음을 표현해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

온라인 상의 각종 댓글들에 대해 그냥 지나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브런치와 블로그의 댓글 기능을 아예 꺼두었다. 대댓글을 이어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과제 같을 때가 있다.


반품, 교환 이런 것도 잘하지 못한다.

MBTI는 INFP. 얼마 전에 본 게시물이 공감이 가고, 마찬가지로 바보 같은 INFP인 지인한테 보내준다고 캡처를 해놨다.

출처 인스타그램(사진상 계정표시)

MBTI가 다 맞다고는 할 순 없겠지만,

저런 점들은 다 맞는 것 같아서.. 첨부해봤다.

1) 모든 것에 자기 탓, 2) 지나치게 수줍음, 4) 싫은 소리 못함

의 성격이 모여서 쓸데없는 배려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는 피곤하게 산다 해도 나는 이렇게 사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하다. 역시 편한 게 최고다.

최근 본 넷플릭스 시리즈, '코타로는 1인 가구'를 같이 보던 남친이, 코타로의 성격이 나랑 비슷한 거 같다고 했다.

코타로도 자신이 상처받을만한 상황을 애초에 피해버리거나 만들지 않았다. 그런 점을 보고 나랑 닮았다고 한 것.

그런 말을 듣고 나니 괜히 코타로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참, 내가 타인에게 마냥 친절하지 않고 나에게는 '노력형 친절함'만 있다 생각하기에, 타인(특히 사람을 대하는 직업의 사람)이 그리 친절하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진 않지만, 유독 친절하신 분들께는 나도 같이 친절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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