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냥이 Jan 07. 2023

매운 걸 먹은 다음 날, 알싸하게 아파오는 위장

동생이 시킨 치킨

  한 달 여 동안 회사에서 느긋하게 밥을 먹고 퇴근하고 있다. 정시 퇴근 이후에 30분이라도 더 회사에 있으면 기분이 안 좋다는 동료도 있긴 했지만, 나는 오히려 '일을 안 해도 되는 시간'에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참 편하더라.

  뮌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압박감'을 주던 공간에서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기분이랄까..

일종의 일탈의 느낌 같은 것이 들기도 한다.


  다만 회사 식당서 주는 밥은, 약간 엉성한 집밥 그러니 학창 시절의 평범한 학교 급식과 비슷한 수준이라 이상하게 먹고 나면 배가 완전히 부르진 않다.

그래서 장점이라면 이렇게 먹고 1시간 여 운전해서 집으로 가면 어느 정도 소화가 되고 운동이나 휴식을 취하기도 적절한 상태가 되는 것이고(게다가 살이 찌지 않더라), 단점이라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식사에 집에 와서 뭘 더 먹으려는 경우도 잦다는 것이다.(이러면 살은 찔 수 있다)


  어제는 금요일, 어차피 정시에 출발해도 차가 밀리는 날이라 천천히 뜸을 들이면서 인스타 구경과 밀린 카톡을 하면서 구내식당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깝게 지내던 또 다른 동료가 올라온 것이다. 그녀도 내가 요즘 회사서 저녁을 먹고 가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신도 가끔 그러려고 한다는 의향을 내비쳤던 터였다.

  그렇게 둘이서, 평소 시간에 쫓겨 일을 하던 회사 속의, 구내식당에서 '세월아네월아' 식사를 마치고,

계획에 없던 카페에 가서(회사서 차로 5분 거리) 푹신한 소파의자에 널브러져서 차 한잔을 했다. 쇼케이스의 각종 케이크가 유혹을 했지만 가격은 사악했던 덕에 자제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귀가하니, 남동생이 소주를 마시면서 엄마의 생선조림요리를 막 다 먹어치운 뒤, 치킨을 시키려는 중이었다.

평소에 구두쇠처럼 절약하면서 나보다 벌이는 적어도 엄마용돈은 더 많이 드리는 녀석인데, 역시 작년 자신의 생일에 나에게 받은 기프티콘을 쓰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씻고 나오니 곧 치킨이 왔고, 미리 냉기를 식히려고 씻기 전에 꺼내놓았던 동생이 사 온, 기린 캔맥주를 가져와 만찬을 즐겼다. 치킨이  좀 매워서 많이는 못 먹고, 귤 몇 개를 같이 먹었다. 동생은 나를 '맵찔이(매운 걸 잘 못 먹는 찌질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어떤 한계 이상의 매운 음식을 한 입정도 먹어보면, 대번에 다음날 탈 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역시 그렇게 세네 조각 먹고 말았던 치킨에도 결국 탈이 났다. 증상은, 일단 배가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아프고,

그제서야 위장약을 먹어보지만.. 이미 위장의 기분은 별로인 상태라 화장실을 최소 두어 번 들락거려야 겨우 진정을 시킬 수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라면인 신라면을 먹을 때는 항상, 물의 양을 좀 더 많이 하고 스프를 3/4만 넣어서 먹는다. 이러면 안 짜서 좋은 점도 있다.


  하여간 이번 생에 매운 걸로 다이어트는 못하지 싶다.

가끔 매운 게 당겨서 되도않는 용기로 먹어버리고, 똑같이 다음 날 배가 아파오는 실수를 잊을만하면 반복하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