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고인 물 밑에서
인스타그램에서는 회사 사람과는 거의 소통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알게 모르게, 퇴사한 이와는 맞팔로우를 하고, 또 재직 중인 한 명과는 맞팔로우를 하고 있다.
‘친분의 증명 = 인스타 맞팔로우’라는 게 대명사이지만, 그래도 같은 회사 사람에게 나의 사생활을 담은 공간을 오픈하다 보면 원래 말할 수 있는 이야기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안 하게 된달까.. 괜히 회사에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는 게 피곤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상사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멀티프로필을 쓴다.
그래서 브런치 계정도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이야, 브런치보다는 더 사적인 공간이라서 ‘적당한 비밀’을 적는다. 뭐, 진짜 비밀은 마음속에서 삭이거나 수기로 일기장에나 적을 테지만, 그래도 표현하고 싶은 비밀 아닌 비밀 같은 것은 가끔 인스타그램에 적곤 한다.
뭐랄까.. 소셜미디어 간의 ‘표현하고 싶은 정도’의 차이가 있달까…
가령 온전히 속의 이야기는 이렇게 브런치에나마 써보고, 이 정도는 남이 알아도 될 것 같은 것들은 인스타그램에도 적어본다.
솔직히 브런치보다는 인스타그램이 내게는, 더 복잡하고 다채롭고 지인이 많고 지인의 일상이 많은 공간이다.
지인들이 목소리가 더 많아서, 나도 똑같이 그들처럼 그곳에 더 많은 목소리를 낸다. 평소에는.
그러다가 오늘 같은 휴가날 회사사람이나 지인들도 모르게, 나만의 푸념을 늘어놓고 싶을 때 브런치를 찾는다. 나만의 대나무숲이랄까..
일상에서는 영상 시청용으로 쓰이던 아이패드가 나만의 백도화지가 되는 순간이다. 예전에 사고 싶어서 결국 장만했던 블루투스 키보드도 켠다.
나만의 노트북이 완성이 되면, 인스타그램보다는 브런치가 하고 싶다. 지금처럼.
밤 잠에 들기까지 몸에서 검은 매연이 빠지는 듯이 힘든 하루가 있었다. 6월 말 7월 초 동안 많은 이가 퇴사를 얘기했다.
나도 흔들렸다. 남아 있어도 별 대책은 있을까 싶었다. 같이 남아서 갈 이랑 더 이상 머물기가 싫었다.
사람이 혐오스러워지는 순간. 이번주 동안 매일 같이 퇴사를 말할까, 생각했다.
그나마 퇴사로 확정 짓지 않은 원동력은, 매일 같이 퇴근하고 목욕탕을 찾았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어느 날엔 찬물에도 뛰어들었다. 나를 괴롭히던 온갖 잡념이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도 머리를 움켜쥐고 있다가 나왔다.
오늘은 휴가다. 그래서 어제 오후부터는 기분이 나아졌다. 퇴사한 그녀도 ’힘들 때 휴가를 써가며 버텼어요.‘ 했다.
나도 당분간은 버티기다. 버틴다고 남는 게 있으리라 기대는 없다. 기대를 않는 게 편하더라. 뭐든 기대감을 가지면 나 자신만 힘들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