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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냥이 Sep 18. 2023

웹툰 [니나의 마법서랍]을 보고

  그냥 ‘재밌었다’라고 끝내긴 아쉬워서, 그리고 엠비티아이  N의 다분한 공상력을 덧붙여서 감상문을 써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이나,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에 대해 로망을 품고 산다.

이미 현재에서 가진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기 십상이다. 가령, 내가 자주 가는 목욕탕의 ‘초코이모’(내가 마음속으로 붙인 별명)는, 자신의 까무잡잡한 피부에 대해 불만이 많으시다. 내가 보기엔 멋있으신데 말이야…

 여튼, 웹툰의 초중후반부 계속해서 마법서랍이 ‘달달한 로망’을 실현시켜 주는 장면이 한없이 달달하지만.. 주인공과 더불어 많은 이들의 현재는 (댓글 상의 어떤 분 표현을 빌리자면) ‘퀘퀘해진다.’

  거의 주인공 뻘인, ‘현재’가 막판에 ‘마법서랍의 목적이 자신을 잡아먹는 것(이건 내가 잡아먹는다고 표현함ㅋㅋ)’이라고 한 게 기억에 남는데, ‘과거랑 미래’는 어느 정도 때려 맞추는(?) 마법서랍에게 가장 갈증을 일으키는 요소가 아마 ‘현재’(남자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함)였을 거고 최후의 목적은 ’어떤 이의 현재를 말살시키고 잡아먹는 것‘이 아니었을까..

  웹툰상에서도 마법서랍 속의 1시간 =  현재의 2시간 이므로, ‘한없이 달달한 세상’인 마법서랍 속에서 몇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쾌락을 잔뜩 누리다 보면 자신이 현실은 없어져버리는 것… 만약 내가 니나 같은 상황이어도 별반 다를 바 없었지 않을까. ‘니나’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재밌는 댓글을 하나 보았는데, ‘니나 나나 별반 다름없다 ‘할 때 ’니나‘라는 언어유희가 아닐까.. 하는 댓글이었다.(ㅋㅋ)

  ‘서랍에 중독되는 사람들’로 나오는 몇몇 등장인물들의 특징은  대부분 ‘연락하는 가까운 사람 없이 혼자 지내는 사람’이었다.

내가 만약 니나였고, 마법서랍을 일종의 도박으로 본다면 내게 있어 마법서랍을 사용하는 것을 절제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은 아마 가족일 것이다.

뭐, 마법서랍 속에서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뒤로 하고, 내가 마법서랍 속을 들락날락거릴 때마다 내곁에 있는 ‘현실의 엄마’는 하염없이 늙어가고 결국에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것이니까. 아마 그것 때문에 서랍을 만약에라도 멀리할 수 있다면 그런 이유에서 1%의 절제력은 발휘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막판에 등장하는 공주의 남친은, 마법서랍 속에서 현실 속에서 자신을 깔보던 많은 이들을 무릎 꿇리는 소원을 성취하는데, 이것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임에는 확실하다. 실제로 현실세계의 사람들은 ‘내가 복종시키려 할수록’ 그 목적에서 한참 빗나간다. 애초에 어떤 사람이 다른 어떤 이에게 복종하는 것은, 직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공자에서 읽었나.. 오히려 내가 낮아질수록 남이 나를 높여주는 게 맞다.(물론, 어떤 이들은 그런 나를 만만하게 보고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제일 잘나가’한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겸손해야 하는 게’ 적어도 내가 살아보니 더 통하는 전략이었다. 물론 나도 겸손한 사람에겐 똑같이 하려고 노력한다. 현실 속 사람들은 내가 밟아도 쉽사리 밟히지 않으며 오히려 내 등에 비수를 꽂을 기회만 잴 것이다.

  다시 웹툰으로 돌아가서, 친구의 추천으로 하루 정도 흡인력 있게 잘 감상한 웹툰이었다. 진시몬의 ’니나나나‘ 노래도 생각이 났다.ㅋ 솔직히 자신에게 ’마법서랍‘이 생긴다면 ’니나나나‘ 별반 다름없이 마법서랍에 중독되어 버리기 십상일 것이다. 애초에 사람은 이중적이고 누구나 도덕배반적인 면이 있고, 근본적인 욕구는 다 비슷한 생명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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