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오는 신선함

유별나 보이는 게 두려워서 자신의 스타일을 감추지 말 것

by 박냥이

오전에는 속된 말로, 뻘짓을 했더랬다. 약속을 한 낯선 이들을 만나러 차와 지하철로 왕복 2시간. 약속을 한 이들은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해버린 듯,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에게 남은 것은 허탈함과 제일 좋아하는 카페의 아인슈페너 한 잔. 제일 좋아하는 카페가, 그 공간이 제일 있기 싫은 곳이 된 것은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할까.

오후의 일정도 별로 기대되지 않았다. 뭐, 익숙한 곳에 가는 거니 또 펑크 나면 나 혼자 푹 쉬다와야지.

이런 예상을 하면서 운전대를 잡았다. 익숙한 거리들, 다만 주말이라 그런지 복잡함이 더해졌다. 기껏해야 3명. 오전과 같다. 충분히 모임의 해체가 가능했다.

만나기로 한, 주차장 입구를 찾아 헤매는데 오늘 만날 이로부터 연락이 온다. 아, 저기 있었군.

처음 만난 그들과 어색한 분위기와 함께 먼저 여러 번의 모임을 겪어 온 한 명이 사진기를 들 때마다 따라서 사진을 찍는다. 걷다 보니 어느새 한, 두 시간이 흐른다. 저마다 집중하는 순간이 다르다 보니 어색함이 사라지는 것도 같다. 익숙지만 또한 낯선 공간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혼자라면 조금 눈치 보였을 일이 함께이니 덜 망설여도 될 일이 된다.

사실 오전 모임에 대한, 호감이나 기대치가 더 컸었는데 이런 나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모임은 오늘 열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열리지 않게 되어버렸다.

반면 작년 말부터 가입만 해놓고 코로나 핑계로 참여를 미뤄오던 사진모임이, 오늘 내게는 더 알차고 신선했다.

그래,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그저 너무 기대를 한 내 잘못이지...

나 스스로 약간의 개성을 더해 수선을 한, 백팩을 차에 두고 내려서 점퍼의 주머니가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찼고, 물병과 더워서 벗은 조끼까지... 손이 바쁘다. 이런 꼴로 사진을 몇 십장 찍었더란다. 그냥 타인들이 유별나 보인다 생각하더라도 내가 데코한 분홍색 백팩을 들고 내릴 걸...

생각해보면 단순히 유별나 보일까 봐 망설였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마트나 백화점에서도, 교실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렇게 평범하게 보이려고 애쓴다고 누가 알아주고 상주는 것도 아니니, 그냥 나대로 편하게 살자.

내가 좋은 것, 내가 편한 방식대로 눈치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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