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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Jul 12. 2024

아홉산 숲

기장군 산책하기 좋은 길

코로나 유행이 2년째 계속 다. 모두들 힘든 나날을 보낸다. 10일부터 65세 이상인 자의 백신 예방접종 예약이 시작된다. 사람이 무서운 때다. 탐방객이 몰리지 않고, 담배연기도 휴대폰 소리도 음식물도 없는 언택트 산책길이 있다.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야트막한 아홉산 자락에 대나무숲, 편백나무 숲, 삼나무, 층층나무 등의 인공조림지와 수령 400년 되는 금강소나무, 참나무 등의  천연림이 모든 생명의 근원인 살아있는 자연생태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기장군 철마면 야산에 한 가문이 9대째 지켜온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는 진귀한 숲이 있다. 아홉산숲이다. 그 사이에 난 호젓한 산길을 걷다가 빠사삭하는 산새 소리에 깜짝 놀란다.

"산토끼, 고라니, 뀡, 딱따구리들이 우거진 숲과 대밭에 둥지를 틀고, 족제비, 오소리, 반딧불이 까지도 온갖 이끼와 버섯들과 이웃하여 살고 있습니다"고 아홉산 안내문은 설명하고 있다. 조선 중후기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의 어려운 시절을 거치면서도 나무와 숲을 가꾸고 지켜 온 문씨 집안의 고집과 자존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 미동마을. 총면적이 무려 52만 ㎡에 이르며, 약400년을 남평문씨 일가가 뒷산을 정성껏 가꾸어 제대로 된 숲을 만들어 놓은 사유림이다. 2004년 산림청으로 부터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었고, 숲생태 보존을 위해 그동안 사전 예약된 단체의 제한된 인원만 출입이 가능하였다. 2016년 부터 건강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개인 탐방자에게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하루 수십 명에게 조금만 열었다. 우리나라 남부 온/난대 수종의 연구림이기도한 숲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만 탐방이 가능하다. 숲 탐방시 지켜야 할 수칙도 잊지 않고 알려준다.


입구에 매표소 겸 매점이 있다. 입장료는 5,000원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군데군데 화장실과 통나무나 대나무로 만들어진 벤치가 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탐방로 입구, 이팝나무 꽃과 샤스타데이지가 활짝 핀 쉼터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우거진 숲을 관리하기 위해 1950년대에 만들어진 임도를 따라 숲길을 걸으며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한다. (12:29)


먼저 맞이하는 곳이 왼편 대나무숲 아래쪽에 노지표고 재배지다. 대나무밭 사이에 임도 넓이의 폭으로 재배지를 닦아 놓았다.

임도 왼쪽에 울타리가 쳐져있다.1999년엔 기장군이 이 숲에 테마 임도를 냈다. 그후 산악자전거 동호인과 등산객이 지나치게 많이 몰려들었다. 숲의 훼손을 우려한 산주가 울타리를 쳐 임도를 폐쇄하였다. 바깥쪽으로 기장군청에서 조성한 테마임도가 나란히 간다. 임도 양옆으로 흰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층층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넓은 타원형이다. 꽃은 5월에 핀다. 꽃대 끝에 먼저 한개의 꽃이 핀다. 그 주위의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고, 다시 가지가 가라지며 꽃대 끝에 꽃이 핀다. 나무가 너무 높이 자라 햇빛에 반사되어, 가지를 뻗어가며 무리지어 핀 아름다운 흰꽃 모습을 사진으로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여 아쉽다.

카메라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높이 자란 나무들의 터널을 지난다. 꽃이 4월에 잎보다 먼저 피는 왕벚나무에 초록의 잎이 무성하게 나 있다. 갈참나무, 굴피나무, 선주목, 눈주목이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아홉산숲에는 주왕산국립공원과 비슷한 529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고사리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고, 노오란 산괴불주머니가 보물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뽐내는 산길을 쉬엄쉬엄 걸으며 산림욕을 즐긴다.

금강소나무 군락이다. 통나무 토막에 앉아  멋진 자태의 소나무를 감상한다. 수령이 400년을 넘는 우리나라의 상징이라 할 금강소나무들로 기장군청에서 지정한 보호수다. 일제강점기 수탈이 극에 달하던 태평양전쟁 시기에도 문씨 일가의 기지와 인내로 지켜낸 나무들이다. 우리나라 다른 지역의 소나무와는 달리 송진채취를 당한 흔적이 없다고 현지 안내문은 강조하고 있다. 아홉산숲에는 보호수로 지정받은 나무가 116그루가 있다. 일련번호가 붙여져 관리되고 있다.

100여 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을 처음 심은 ‘제1 대숲’이 나온다. 이곳은 오랜 세월 마을의 굿터 역할을 했던 곳이다. 4. 2 ~ 5. 30까지는 죽순보호기간으로 정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죽순채취, 대나무 낙서 금지'라는 펼침막을 걸어 놓았다. 죽순 보호구역을 넘는 사람은 없으나, 낙서는 곳곳에 보인다.  부끄러운 일이다.

대나무는 땅속으로 줄기를 뻗으면서 마디에서 죽순이 대지를 뚫고 나온다. 맹종죽은 지름이 최고 20cm에 이르는데 죽순이 올라올 때 대의 굵기가 결정된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키가 10~20m인 큰 대나무가 일년 만에 다 자란다. 생장속도가 빠르다. 하루에 1m 자라기도 한다.

개잎갈나무와 맹종죽이 양쪽에 마주 보고 있는 길을  ‘바람의 길’이라 한다. 아홉산숲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란다. 아홉산 정상 가는 길 주변에 있는 1950년대에 조림한 참나무 군락지는 출입을 막아 놓았다. 아홉산(해발 361m)은 몇 안되는 순 우리말 지명이다. 골짜기가 아홉이라 지어진 이름이다.

바람의 길을 지나 고개로 올라서니 영화 대호를 촬영할 때 지은 서낭당이 아직 남아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천원 짜리 지폐가 몇장 놓여 있다.


'나의 행복도 나의 불행도 모두 내 스스로 짓는 것. 결코 남의 탓이 아니다'

나를 다스리는 법이 걸려 있다.


서낭당에서 길이 두가래로 나누어진다. 오른쪽은 참나무숲을 지나 평지대밭으로 바로 가고, 왼쪽은 편백나무숲과 삼나무 조림지를 거쳐 간다. 우리는 왼쪽 길을 선택한다.

제2맹종죽 숲 '평지대밭'이 하늘을 찌른다. 대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댓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온몸을 씻어 내리는 듯 상쾌하다. 맹종죽 군락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약 만평 규모의 숲으로  '만평대숲'이라 불린다. 봄철에 생산되는 죽순의 굵기도 최고다. 해방전후부터 동래군청 인근의 식당을 돌며 잔반을 수거하고, 분뇨차의 인분을 받아들여 거름으로 이용하였다.


숲의 들머리에 작지만 아름다운 뜰을 가진 ㄱ자 한옥이 있다. 9대 산주가 사는 ‘관미헌’이라는 현판이 붙은 집을 둘러본다. ‘고사리조차도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를 담은 현판에서 문씨 일가가 자연을 대하는 자세를 반추해 볼 수 있다.

마당 왼쪽에 100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관미헌을 지키고 있다. 산주의 할머니가 시집올 때 친정에서 가져온 은행 열매로 싹을 틔어 기념으로 심은 나무다. 같은 날 싹이 난 다른 한 그루는 현재 철마면 사무소 마당에 있다.

마당엔 마디가 거북 등껍질 모양인 대나무 구갑죽이 심겨 있다. 매우 희귀한 대나무로 중국과 교류가 자유로워지기 전까지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다.


구갑죽, 으름덩굴, 금솔, 등나무꽃, 금낭화,함박꽃 사이로 토끼 한마리가 탐방객을 반긴다.


기장군 산책하기 좋은 길, 아홉산 숲.

 “이 숲이 다른 숲을 보전하는 본보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산주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여기서 아홉산 산책을 마친다.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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