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어릴 적 겪은 일들로 엄마의 감정과 동화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이해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이해됐다.
딸은 엄마의 말, 아빠의 행동을 고스란히 보고 듣는다. 그리고 엄마가 늘어놓는 푸념 섞인 말들까지. ‘네 아빠 때문에~.’, ‘내가 너 아니면 누구한테~.’ 딸은 그만하라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못한다. 당신은 내가 아니면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남편과의 부족한 정서적 교류를 내가 대신한다. 그냥 내가 감정쓰레기통을 자처하는 것이다.
어렸던 나는 불안정하게 자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엄마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느끼게 된다. 어릴 적엔 나를 여기저기 잘만 데리고 다니던 사람이 이제 내가 챙겨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엄마와 딸이란 뭘까. 착한딸로 살아가는 나는 내가 만든 프레임에 갇혀버린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