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민 May 05. 2022

KBO리그 MZ위원회에 대한 단상


지금까지의 KBO리그를 비롯한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은 업계 내 종사자들끼리 모든 것(What&How)을 다 결정해 놓은 다음 잠재 대상 고객군에게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Why)를 강요해왔습니다. 


이것이 잘 먹혀들지 않으면 일종의 계몽(?) 활동(광고, PR 등)을 통해 납득&설복시키려 들었죠. 우리는 '지역민들의 여가선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이죠. 

(*What & How → Why)


보고 즐길 것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이러한 행태가 먹혀들었습니다. 프로스포츠 관람 만큼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여가 선용 수단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오늘날은 다릅니다. 고객들의 pain point를 유효 적절하게 공략하는 경쟁력 있는(needs와 wants를 충족시키는) 보고 즐길 거리가 넘쳐 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겐 너무나 좋은 세상입니다. 양질의 선택지가 늘어났는데 이를 꺼리거나 마다 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 그리고 고객에 대한 탐구를 등한 시 한 채 구태에 젖어있던 (일부)프로스포츠 산업 내 관계자들에겐 오늘날의 환경이 더 할 나위 없이 혹독할 것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정체가 아니라 오히려 퇴행이 되는 시대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허구연 총재께서 주도하여 만든 'MZ 위원회(가칭)'는 분명 의미 있는 행보입니다. 이는 기존의 그릇된 통념을 깨고 새롭게 '고객'의 needs와 wants에서 출발하겠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바꿔 말씀드리자면 고객의 pain point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What&How)으로서의 프로야구가 될 수 있도록 고객들이 프로야구를 선택해야 할 이유(Why)를 관계자들이 자의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결정하겠다는 것이죠. 

(*Why → What & How)


KBO리그 MZ위원회 야구팬 공모 안내


다만, 이런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번 MZ 위원회(가칭) 공모 방식을 통해 선발될 고객들의 특성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KBO리그는 밑이 깨져 물이 새고 있는 독(단지) 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물의 보충은 더디고, 기존에 채워져 있던 물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독의 깨진 부분을 수리하고(기존 고객 만족도 제고), 새로운 물을 원활히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비고객의 고객화). 


이를 전제로 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MZ 위원회.

그 공모 방식의 허들이 너무 높습니다. 


리그 내 관계자들도 모기업이 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다짜고짜 '리그의 중요 가치'와 '이벤트 및 챌린지'에 대해 논하라니요. 


평소 프로야구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하고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듯한 이런 공모 방식으로는 결국 프로야구를 좋아하는(이러니 저러니 해도 기꺼이 야구장을 찾는) 일부 MZ세대들 만의 뜻을 제한적으로 청취하게 되는 결과를 얻고 말 것입니다. 


MZ 위원회(가칭)의 근본 취지가 이들 세대의 pain point와 이에 기반한 needs & wants에 대한 폭 넓은 의견 청취,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제대로 된 Why의 제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날 KBO리그를 비롯한 프로스포츠에 있어 최우선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는 '비고객의 고객화'입니다. MZ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신임 총재께서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는 중요 프로젝트가 좋은 취지를 살리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방법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들 MZ세대가 '왜 프로야구를 외면하고 있는 지'를 탐구하고자 하는데 높은 허들을 거뜬히 뛰어 넘은 프로야구 매니아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 제고(깨진 독 수리)가 목표라면 굳이 MZ세대로 한정 지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끝>

작가의 이전글 주식회사로서의 자각이 필요한 프로야구단과 KBO리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