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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Jun 14. 2022

프로야구단, 그 존재 의의에 관하여

구단 보유의 인적, 물적 자원과 경기장으로 지역사회 현안 해결에 나서라


"OOO님, **그룹은 지금 몸 담고 계시는 프로야구단을 왜 운영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그 이유, 즉 'Why'가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제가 구단의 직원 분들을 만나 뵐 기회가 있을 때면 가끔씩 위의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러면, 거의 예외 없이 침묵의 시간이 흐릅니다. 단 한 번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연 간 500억 원 가까이 소요되는 비즈니스인데 우째 이런 일이...)


보고 즐길 것이 부족했던 과거엔 (그 시작 배경이야 어떠했든) '어린이들에게 꿈을, 젊은이들에게 낭만을, 국민들에게 여가 선용'을 선사하겠노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대체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프로야구 산업은 과연 무엇을 지향하며 발전해나가야 하는 것일까요?


제가 이들에게 듣고 싶었던 대답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존의 프로스포츠 경기 진행을 통한 가치 제공에 더하여 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 그리고 경기장과 산업 생태계를 십분 활용하여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 지음으로써 서로의 성장 및 발전을 돕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구단이 지향하는 새로운 목표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과거엔 프로야구가 국민들의 여가 선용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콘텐츠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시의 시대상이 잉태한 결과물일 뿐, 현업에 종사하시던 분들의 원대한 계획이 빚어 낸 성과라고 평하기엔 다소 어폐가 있습니다.


헤어날 수 없는 적자 구조에 대한 이들의 당연한 수긍은 프로야구단의 역할을 제한시키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즉, '야구 경기' 진행 만이 구단 업무의 전부라는 그릇된 인식을 뿌리내리게 한 것이죠. 오늘날 다양한 평가가 뒤따르고 있는 '야구인들의 득세' 또한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입니다. 


물론, 야구 경기가 프로야구단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콘텐츠임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프로야구단의 역할이 여기에 머물러선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것을 강조드리기 위함입니다.


오늘날,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 콘텐츠들은 프로야구가 일궈 온 그간의 아성을 무너뜨리면서 고객들의 시간을 성공적으로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그릇된 행태에 대한 비판 없이 이를 맹목적으로 답습하려 드는 것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지레 항복을 선언한 것임에 다름 없습니다.


프로야구 산업은 경쟁 콘텐츠들이 손에 넣기 힘든 강력한 고유의 무기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역사회와의 공고한 유대'와 수 만 명의 고객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경기장 시설'입니다.


이제, 프로야구단은 '야구 경기'만을 제공하는 흥행업의 범주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십분 활용하여 '야구 경기' 뿐만 아니라 경쟁 콘텐츠가 제공하지 못하는 강력한 '한 방'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야 합니다. 


비록 규모는 작을지언정 프로야구 산업은 B2C(입장권-매점-상품)에서 B2B(방송중계권-광고-프로모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72일의 홈 경기일이 지나면 불이 꺼지는 경기장이 아닌 365일 불이 켜진 경기장, 그리고 그 속에서 지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상시 교류하며 상호 간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프로야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분명 경쟁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고객의 시간 또한 높은 수준으로 점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은 단순한 고객이 아닌 '팬'이 될 것입니다." 


*친정집의 끝없는 침잠(沈潛)을 지켜보며 일은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라는 생각을 더욱 더 많이, 그리고 아주 깊게 하게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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