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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용 Jan 16. 2023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그냥 회사원이라고 할까

낯선 자리에서 직업을 밝혀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고민한다.


(뭐라고 하지.)


온 국민이 다 겪는 직종인 "교사"

누구나 살면서 최소 10명 이상은 만나게 되는 "교사"

누구나 최악의 교사가 한 명씩은 있으며 최고의 교사도 가끔 만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교사에 대한 자신만의 한줄평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아이들 데리고 지도하느라 목 아프고 고생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는 예쁜 아기들 보면서 힐링하는 행복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린아이들 상대하니까 쉬운 직업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맡기기에 부족한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가끔씩 존재한다.


5년 전 그날도 그랬다.

무언가를 배우러 갔던 자리였다.

육아휴직 중임을 밝히고 공무원이라 하였는데 단번에 "교사세요?"라고 반문사람이 있었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기에 의도치 않은 일명 교밍아웃이 되어버렸다.

당혹스러웠다. 어쩐 일인지 누군가에게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더 당혹스러운 순간들은 계속 일어났다.

내가 교사임을 알고 있음에도 자녀의 담임에 대해 매번 험담을 늘어놓는 이가 있었다.

서로 배우고자 모인 그 자리에 유익하지도, 유쾌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교사욕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사람을 보며 나는 모멸감을 느꼈다.

그가 마구 떠들어대는  순간에도 자녀의 담임은 그를 대신해 그의 자녀를 가르치거나 훈계하거나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르는가.

욕의 내용은 자녀가 집에 와서 이야기 한 내용 반, 반모임 엄마들로부터 들은 내용 반으로 교사에 대한 불신을 부풀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내가 느끼기에)

심지어는 나에게 "다른 선생님들도 그래요?"라는 말을 붙이며 동의를 원한다는 제스처까지 보였다. 

역겨웠다.

누군가와 언쟁을 벌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내는 것은 나의 방식이 아니기에 그 사람의 말을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 사람은 그 공간에 오래 머문 사람이었고 그런 자신의 교양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오랫동안 그 사람의 태도와 말들은 유령이 되어 나를 괴롭혔고 나는 결국 그 공간을 떠나야만 했다.

 일 이후 안 지 며칠 되지 않은 사람이 먼저 직업을 물어오면 이제는 그냥 회사원이라고 하기도 한다.

10년 넘게 교사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낯선이 들 앞에서 내 직업을 밝히는 것은 두렵고 용기와 에너지가 든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밍아웃'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로 신분을 밝히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 된 건 나만 이런 경험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때로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걱정 없이 자신의 직업을 밝히는 남편을 보면서 가만히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직업을 밝혀야 하는 매 순간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초등교사다.

나는 내가 교사인 것이 굉장히 싫어서 아주 그냥 냅다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반면 아이들의 순수함과 성공적인 교육 활동들 때문에 내 직업을 뜨겁게 사랑한다.

나 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특수한 공간을 통해 받아들일  있는 감정으로 치환해보고 싶다.

부디 성공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지난 현장학습은 유난히 날이 좋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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