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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진 Mar 21. 2024

전업주부의 일기-취업제안 그리고 거절

취업과 육아의 양립


언니 일 하지 않을래요?

매일 새벽이나 저녁 통화로 때로는 만나서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IT지식의 앎을 공유했던 동네 동생인데 일상이 바빠지니 근 일년간은 통화도 한번 하지 못 했다. 서로의 SNS 또는 카카오톡의 프로필로만 근황을 확인했다. 오랜만에 동생이 전화와서 묻는다. 반가운 물음이다. 한달 생활비로 충당되는 금액이 상당하다. 소소한 용돈을 옛날 벌어두었던 통장에 돈을 까먹는 중이다. 꽤 까먹었다. 이제 바닥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언니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언니가 회계를 할 줄 알잖아요. 
내 주변에 회계하는 지인이 언니밖에 없어서
믿음직한 직원을 뽑으려고 하나봐요. 
그런데 9시 투 6시인가봐요. 


당장 고민이 되었다. 첫째 아이의 하원이 1시 50분이다. 그리고 둘째아이도 4시 또는 5시. 

당장 육아를 해야 하는데 일이 하고 싶었다. 시간을 집중해서 가치있는 일하고 돈을 벌고 싶었다. 

남편과 대화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남편은 그날 야근으로 저녁 12시 퇴근했고 나는 10시 반에 잠들었다. 새벽 6시 수영의 여파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도 남편은 일이 급해서 보통보다 이른 출근을 했다. 그날밤부터 아침까지 혼자 그리고 나의 육아 동지들과 내리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이 났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10시 투 4시도 힘들어서 허덕허덕 거렸는데 9시 투 6시라니. 집에서 통근 거리도 상당해서 1시간 반정도로 잡아야 했고, 그러면 여유있게 7시에 출근한다고 쳐도 아침일찍 일어나 홀로 출근하고 등하원도우미를 쓰고 6시에 퇴근해서 8시쯤 집에 와서 아이들 저녁을 함께 한시간 정도 보내면 하루 일상이 끝난다고 봐야했다. 

그리고 나는 연속적으로 일과 육아와 집안일을 계속 하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오로지 출퇴근시간에나 귀나 손이 편했을까.


애들은 애들 나름대로 지금 사랑이 절실한 시기인데 엄마가 사랑해주지 못하는 시간이 하루 온종일 평일 내내 지속된다니. 놀이터, 실내놀이터, 그림일기, 한글공부, 영어공부 모두 엄마와 함께 하는 중인데... 

모든걸 사교육으로 맡겨야 한다. 가능한일인가. 가능할 수는 있을 거다. 배이상의 노력이 들겠지. 

지금보다 숨막히는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런것에서 남편이 가장의 역활을 잘해주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든든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고 난뒤 친정엄마의 전화에 이런일이 있었다고 하니. 

엄마가 미안하다.
가까이 살지 못해.
손녀들을 챙겨주지 못해서. 

엄마도 평생을 맞벌이로 나를 키워냈는데, 이렇게 말하셨다. 

평생을 육아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는 건가. 

한 인간이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건가. 

인간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되서 그런건가. 


어떻게 해결해야 나도 일할 수 있고, 아이들도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잘 못 살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에 정규과정의 공부를 하고 학사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나도 "엄마"가 되었기때문에 아이 양육이 일순위가 되었다. 우리사회에서 여자도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들 10년정도 사람이 되어 혼자 할 수 있는 아이를 키워야지만 외출이 가능한 것인가?


사실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아이의 교육과 보육을 남에게 온전히 맡겨야지만 내가 원하는 삶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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