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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진 Apr 28. 2023

육아맘 재입사 3개월 만에 회사를 때려치우다.

10시 출근 4시 퇴근이었는데도, 출퇴근은 어렵다.

집에서 자차로 30분 정도 되는 거리의 회사에서 연락을 받고 출근하게 되었다.


아이의 등하원시간을 고려한 10시 출근 4시 퇴근. 그 외 남은 업무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흔쾌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36개월 만 3세도 채 되지 않은 둘째 딸과 17개월 차이 나는 첫째 딸아이와 함께하는 엄마의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친정식구와 시댁식구가 가까이 있지 않았다. 또한 가까운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남편은 아침에 출근해서 이른 귀가가 8시이고 혹은 그보다 더 늦은 11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9시 등원하고 9시 30분부터 출발해도 빠듯한 출근. 그리고 퇴근도 4시에 한다지만 도로사정을 따지면 보통 5시에 퇴근한다고 치면 바로 아이를 하원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5시는 아이들의 배고픈 시간대.

바로 저녁을 차려줘야 하는 시간대였다. 밥통에 밥을 안쳐서 빠르게 밥을 차리더라도 반찬은 무엇을 해준단 말인가.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기 하나 김치하나 챙긴다고 생각하면 집반찬으로 장조림은 하나 있어야 한다.

청소와 빨래 이것도 어떻게 저렇게 했다.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아이가 아플 때가 문제였다. 둘째가 장염으로 계속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원조치를 요청받았는데 아무래도 퇴근을 하기가 눈치 보였다. 아이 걱정에 손은 떨리고 누구한테 맡겨야 하는지 머릿속이 하얘졌을 때 깨달았다. 아직은 아니다. (운 좋게 시터를 급하게 구했고, 퇴근까지 안정적으로 아이를 돌봐주셨다.)


두 아이들은 잠이 없는 아이들이었고, 9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어도 11시나 되어야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잠자리독서를 하고 있었고 아이와 붙어있었다.


잔업이 남아서 컴퓨터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으면 아이는 불안해했고, 컴퓨터방에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그래서 이르게 일어나서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노라면, 그때 또 일어나서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일하는 건... 일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5시 기상해서 잔업을 하고 7시 반에서 8시부터 등원준비를 해서 9시에 등원을 시키고 난 뒤 출근을 해서 10시 출근하여 4시에 퇴근해 5시쯤 아이를 하원시켜서 저녁을 먹이고 설거지하고 아이들 놀이와 함께 청소, 빨래, 쓰레기 버리기, 잠자리 독서 그리고 재우고 나면 하루가 끝이 나지 않고 연속적이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말, 왜 이러고 있는 건지. 일하는 게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그런데 건강과 가장 직결된 문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은 불안해했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느꼈다. 그럴만했다. 나는 로봇이 아니었다. 스위치를 누르면 육아맘! 스위치를 누르면 회사원! 이렇게 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느끼던 3개월 즈음 회사에서도 정규시간 근무가 아니면 근무연장이 어렵겠다고 결론지었다. 그렇게 나의 출퇴근 맞벌이 엄마 역할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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